버리고 내려 놓을 때 가장 아름답다
우리에게 저항시인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시인은 2012년부터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정치인이다. 또한 감성 시인으로 가을에는 문득 도종환 시인의 시를 깊이 간직하고 싶다. 간절하면서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게 인생살이 아니던가. 또한 보내야 할 사랑하는 잎들을 보내기에 앞서 가장 아름답게 잎을 만들어 빛을 발하게 한 다음 보내는 나무의 지혜를 우리도 배우자. 우리도 보내야 할 연인이 있다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다면, 먼저 "사랑하는 이를 빛나게 하라". 후회없이, 미련없이, 떠난 뒤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기억하도록 말이다. 이 가을, 사랑하는 이를 가장 빛나게 하고 싶은,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가장 아름답게 물들고 싶은...작은 꿈들을 잎에 띄워 보낸다.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각주: "방하착(放下着)"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아라."
또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 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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