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리의 고라니 구출
꽃소리의 고라니 구출
  • 글로벌환경신문
  • 승인 2020.01.0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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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라니* 애환

 

                                                                                                                  꾳 소 리

 

 

고라니를 직접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산에 많이 살고 있지만, 사람을 피해서 활동해서인지 시골에 살아도 직접 보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나도 책이나 tv를 통해 그 생김새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시골에 내려온 이듬해, 보리가 야들야들 일렁이던 어느 이른 아침 보리밭 옆을 걷고 있자니, 초록 보리사이 고라니 한 마리 힐끗 내 쪽을 응시하는가 싶더니 후다닥 산 쪽을 향해 질주를 해댔다. 갈색 털에 아담한 몸매, 전체적인 분위기는 뿔 없는 작은 사슴 같다고 할까? “고라니” 하면 채소밭을 망치는 악동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보리 잎을 훔쳐 먹다 놀라 달아나는 그 날렵한 뒷모습엔 슬며시 웃음이나왔다. 그리고 잠깐 마주쳤던 촉촉한 그 눈동자! 참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고라니의 그 사랑스러움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것이어야 했다. 고라니로 인한 주위 밭들의 피해는 꽤 심각했다. 우리 집 뒤 콩밭 할머니는 콩밭을 멜 때마다, “이눔의 고라니!”를 연발했고, 우리 집 아래 보리밭 둑의 콩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사랑스런 고라니
사랑스런 고라니

 

 

그러던 그 해 겨울 아침 고라니 한 마리가 농로 옆 배수로에 꼼짝 않고 웅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살펴보니 다리를 다쳐 제대로 일어서지를 못했다. ‘지난봄에 마주쳤던 그 녀석인가? 교통사고일까, 사냥꾼의 총알일까?’ 배수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영하 7,8도 맹추위의 한 밤을 보냈다니! 버둥거리는 녀석을 따뜻한 논 볏짚 위로 올려놓으니 아픈 몸에 인간까지 경계하느라 무척 불안해했다. 그래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니 일어서서 뛰려다 쓰러지기를 몇 번 반복하는가 싶더니 지쳐 포기하는 듯 했다. 우선 집에 있던 잎채소를 주위에 던져주곤, 먹고 기운차려 산으로 돌아가길 바랄 수 밖에. 그러나 고라니는 다음날 아침에도 꼼짝 못하고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던져 준 채소도 먹지 않았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면사무소에 전화 했더니 면사무소 직원 왈, “그냥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게 두세요.” 아무리 농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 해도 산목숨이 죽어가는 걸 생으로 지켜보란 말인가? 죽든 살든 산에다 올려놓는 게 낳을까? 내 고민도 깊어가며 또 하루를 보냈다. 사흘 째, 아직도 고라니는 물 한 모금 잎 한 조각 먹지 않고 논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고, 나 또한 여전히 냉정하게 외면도 안 되고. 다시 이번엔 급을 좀 높여 군청 민원실로 전화를 해봤더니, 와 보겠단다. 멸종위기종이지만 농민들 민원이 많아서인지 성가시기만한 고라니에게 과연 어떤 조치를 취할까? 30분 쯤 지나자 승용차와 승합차가 연달아 오더니 총 6명의 인원이 뜰채 2개, 실을 것 1개를 들고 내렸다. 그러나 지칠 대로 지친 고라니는 그 거창한 인원과 장비를 무용지물로 만들며 순순히 실려 차로 옮겨졌다.

 

슬픈 고라니
슬픈 고라니

 

 

“어떤 조치를 하나요?” “회생하지 못하면 독수리 밥이 됩니다.” 그 말뜻은 수술 같은 적극적인 의료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뜻. 어떡하나, 그 촉촉한 눈동자 한 동안 떠오를 텐데(산청 별 총총마을에서).

 

*우제목 사슴과애 속하는 한국의 대표적 야생동물의 하나.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대상이지만 농작물 피해때문에 민원이 많아 천대받고 있는데다 로드킬로 많이 죽어가고 있다. 겨울에는 먹을 것을 찾아 헤메다 눈속의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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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0-01-07 08:29:34
꽃소리씨는 교육자이고 귀농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