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리의 야생화 사랑
꽃소리의 야생화 사랑
  • 꽃소리
  • 승인 2019.12.08 21: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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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생화가 어여쁜 건

               

 

                                                                                                                                  꽃소리

 

 

시골 길섶에 지천으로 깔려 꽃을 피우는 풀들 모두 야생화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야생화라고 떠올리는 꽃들은, 청정지역에 가야 어렵게 만날 수 있는 꽃들일 것이다. 여기엔 인터넷에 사진작가들이 경쟁하듯 올려놓은 기막히게 아름다운 야생화 사진들도 한 몫 하리라. 나도 그랬다. 흔히 보기 힘든 꽃들을 야생화 사진 책이나 인터넷 사진들로 보며 그 귀한 아름다움에 얼마나 감탄했던가! 그러나 시골에 살면서 산과 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아 그 야생화들 직접 눈으로 보면, ‘에게, 이렇게 생겼어? 그저 그런데?’ 할 때가 종종 있다.

 

 

까치수염
까치수염

 

우리 집 꽃밭에도 야생화들이 꽤 있다. 모두 전 주인이 심어놓은 것들로, 돌담 밑에 매발톱과 깽깽이풀, 울타리엔 으아리, 오솔길 가장자리에 나지막한 양지꽃, 텃밭 테두리 여기저기 끈끈이 대나물, 키 큰 나무 그늘아래 꽃향유 양지바른 앞 비탈엔 까치수염······. 사실 이 야생화들을 보자마자 척척 알아봤던 건 몇 종류 되지 않았는데, 실물은 사진과는 이미지가 좀 달랐기 때문이었다. 실물은 상당히 수수하다고 할까? 상상보다 꽃도 작고 대부분 개화기간도 짧은 편이다. 노루귀를 제대로 보려면 시력 나쁜 나는 거의 땅바닥에 코가 닿을 정도로 엎드려야하고, 조금 큰 깽깽이풀은 며칠 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꽃은 사라지고 없다. 한껏 자랑해 놓았건만 주말에 방문하는 친구들은 꽃을 놓치기 일쑤였다.

 

사진설명: 우리집 뜰에 핀 야생화

              상(까치수염). 중(꽃향유), 하(끈끈이 대나물)

 

 
 
 
 

 

 

어느 봄날 아랫마을 아주머니가 호미 한 자루와 큼직한 포대 하나를 들고 우리 집에 와선, 뒷산 야생화 군락지를 알고 있으니 캐러가잔다. 난 심마니라도 된 듯 살짝 흥분되어 서둘러 호미와 들통을 들고 따라 나섰다. 아직은 낙엽 수북한 가파른 산속을 이리저리 헤집으며 한참을 올라가니 ‘와우!’ 신기하게도 매발톱과 으아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게 아닌가! 같이 온 아주머니는 능숙한 호미질로 포대 가득 캐어 담건만, 난 제대로 호미질을 할 수 없었다. 매발톱 한 포기를 조심스레 움켜쥐고 호미질을 하려는 순간 불현듯 떠올랐던 한 장면 때문에.

 

 

                                                                                           끈끈이 대나물꽃

 

 

도시에 살 때, 친분 있던 사진작가 한 사람과 찻집에서 사진에 대해 얘기하던 중 좀 충격적인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아주 이기적인 야생화 전문 사진작가들은 본인이 어렵게 찾아낸 야생화는 사진을 찍은 후 다른 사람들은 찍지 못하게 꽃대를 꺾어 버린다고. 그 얘기를 나누며 얼마나 공분했던가! 그런데 내 꽃밭에 두려고 야생화를 캐는 나의 이 행동이 그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두어 포기 캐곤 도저히 더 캘 수 없어 참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있으려니, “힘들어요? 에그, 그 넓은 꽃밭은 어찌 가꾸노?” 그래 힘들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꽃향유

 

 

야생화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건 꽃밭에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야생일 때다. 아직은 얼어있는 산골짝 계곡 언저리에서 살포시 꽃잎 펼치는 샛노란 복수초나, 나무 그루터기 옆 소복한 낙엽 속에서 꼬물꼬물 고개 올리는 노루귀에, “아!” 탄성이 나오는 건, 그 꽃의 어여쁨뿐만 아니라 야생이라는 힘든 환경을 이겨낸 그 기특함도 함께 느꼈기 때문이리라(산청  별총총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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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19-12-09 08:34:13
꽃소리씨는 교육자이고 귀농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