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리의 '감나무 서정'
꽃소리의 '감나무 서정'
  • 글로벌환경신문
  • 승인 2019.11.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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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나무 서정

 

                                                                                                                         꽃소리

                                                                                                                  

 

 

우리 집 앞 비탈엔 다양한 과실나무들이 담장 대신 서있고, 집 옆쪽은 산골짝 깊숙이까지 감나무가 무리지어 있는데 꽤 많은 편이다. 도시삶 속에선 어렵게 떠난 여행지에서 운 좋게 눈요기나 했던 과실나무들을 사계절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꽃 못지않은 행복이다. 그런데 이런 과실나무들과 몇 년을 살아보니 감나무에서는 전엔 느끼지 못했던 정취가 느껴지는데, 뭐랄까? 아련한 슬픔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노화방지, 고혈압 예방,
숙취해소, 면역력 강화

 

우리 집 감나무는 모두 큼직한 대봉감이다. 가을이 되면 나무 가득 장정 주먹만 한 감들이 가지가 휘어지도록 달린다. 어디 그뿐이랴, 그 때 쯤 되면 사방의 논은 황금빛이고, 산비탈 밤나무에서 떨어진 알밤은 감나무 밑으로 지천으로 굴러와 뒹구니, 눈 닿는 곳마다 온통 가을의 풍요 그 자체다. 그런데 알밤을 줍고 내려오는 내 등 뒤의 감빛은 자꾸 마음 한 쪽을 아리게 한다. 가을이 깊어 감나무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감들은 점점 더 선명한 진주홍으로 드러나는데, 그럴수록 근원 모를 슬픔 같은 것도 깊어져간다. 아, 이 감정은 뭔가? 어디서 오는 건가? 달콤하고 맛있는 감, 흐드러진 꽃처럼 저리 예쁜데, 느닷없이 슬퍼지는 이 아이러니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감이 익는 가을, 꽃밭 일을 얼추 마무리한 오후에 감 밭에 올라가 감을 딴다. 하늘을 향해 긴장대로 한 알, 한 알. 한참을 고행하듯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다 문득 돌아서 보면, 따 내린 감들이 여기저기 낙화처럼 붉게 흩어져 있다. 그 때 ‘휘이익’ 차가운 바람 한 줄기 떨어진 감나무 잎들을 둥그렇게 말아 올려 저 아래 꽃밭으로 원을 그리며 몰고 간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 스산한 찬 기운에 수북한 낙엽 위에 털썩 주저앉으면, 언제부터 와 있었던지 마른 찔레 넝쿨 아래서 놀란 들꿩 한 쌍이 푸드덕 날아간다. 앉아있는 내 머리, 발등 위로 감만큼이나 붉은 감잎이 떨어져 내린다. 대롱대롱 달려있던 가을이 자꾸 떨어져 내린다.

 

 

 

그랬다. 감은 탐스런 결실이기도 하지만, 내 꽃들과의 행복한 축제의 끝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감 밭에서 감을 따는 하루하루, 꽃밭에선 가을꽃들도 겨울 준비를 해, 골짜기 끝 감나무의 감을 딸쯤이면 마지막 남아있던 하얀 국화마저 갈색으로 말라간다. 명실상부 내 일 년은 끝이 나는 것이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한 해는 형형색색으로 살아 움직인다. 이른 봄 매화 향과 함께 깨어난 봄은 배, 자두, 살구나무를 흔들어 뽀얗게 꽃을 피우고, 나지막이 앵두꽃이 떨어지는가 싶으면 사과 꽃과 함께 여름이 온다.

 

작지만 앙증맞고 귀여운 감꽃
작지만 앙증맞고 귀여운 감꽃

 

여름, 꽃 진 과실나무들이 열매를 만드는 동안 꽃밭은 본격적인 꽃 축제를 벌인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모과나무가 노랗게 신호를 보내도 애써 모른척했던 축제의 끝, 그러나 처연히 붉어져 가는 감빛엔 나도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내 한 해를 아리게 보낸다. 감빛은 슬프다. 그러나 그 슬픔에 우울은 없다. 감히 헤아려 보아도 될까? 그 옛날 시인 영랑이 모란에서 느꼈던 그 찬란한 슬픔을! (산청, 별총총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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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19-12-09 08:33:23
꽃소리씨는 교육자이고 귀농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