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 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을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 속의 고래를 위해
밤 하늘 별을 바라본다.
정호승 시인(1950~) 소개
경남 하동 출생. 전국고교문예 현상모집에서 당선되면서 시적 천재성을 보였다. 정호승의 시는 첫행에 주제가 나타날 정도로 첫 행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이 첫 행을 시인 자신이 아닌 신의 선물이라고 겸손해 한다. 그의 시가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첫행에서 잔잔한 파동이 아닌 심장의 멈춤을 느낄만큼 격한 감동이 이는 데 있다.
그의 유명한 몇 몇 시의 첫 시행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는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이별노래>에는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꽃이 진다고 그대를>에는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를 들 수 있다.
그의 애송시 중에는 노래 가사로 담은 음반 출간도 있다.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이동원의 〈이별노래〉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안치환은 <고래를 위하여>를 노래했다.
청년이라면, 아니 누구라도, 꿈을 가져라! 푸른 바다가 되어라! 고래가 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