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육각형의 비밀
벌집, 육각형의 비밀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10.30 0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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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집은 왜 육각형인가

 

 

 

 

벌집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육각형의 결집체다.

 

벌집에서 발견한 육각형이 새롭다

 

벌집 말고도 자연에는 육각형이 많다. 수정의 결정이 육각형이고, 거대한 주상절리 암석도 육각형이고, 논바닥도 육각형으로 갈라지며, 거북 등에도 육각형이 있다. 꿈의 신소재라는 그래핀도 탄소원자가 벌집모양(육각형)으로 결합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벌집에 대해 궁리하다가 육각형의 비밀에 조금 다가선 느낌이다.

 

육각형은 경제원리 

육각형은 사실 가장 완전한 도형인 원에서 출발한다. 어릴 적 비눗방울을 만들 때 처음에 원형으로 있던 비눗방울들이 육각형으로 바뀌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하나만 있으면 원형으로 남아 있지만 여러 개가 같이 포개져 있으면 원과 원 사이에 틈새가 생기는데, 그 틈새를 메우는 힘이 작용하여 육각형으로 변하게 된다. 육각형은 쪽매맞춤(tessellation, 여러 개의 모양이 틈이 없이 딱 맞게 짜임)이 되면서 원에 가장 가까운 도형이다. 다각형 중에서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만이 쪽매맞춤이 되는데, 그중 가장 면적이 넓고 원에 가까운 것이 육각형이라는 이야기다. 태양이나 달처럼 하나만 있을 때는 원이 가장 완전하지만 벌집처럼 여러 개가 연합해 있을 때는 육각형이 가장 완전한 형태이다.

용암이 식어서 갈라질 때 나타나는 주상절리나 수정의 결정, 비눗방울도 결국 표면장력에 의해 육각형이 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벌집은 벌들이 꿀을 먹고 밀랍을 분비하여 짓는데 왜 육각형이 되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최근에 얻게 되었다.

벌집을 잘 관찰해 보면 원형에 가깝게 보인다. 특히 오래된 것은 모서리에 불순물이 끼어 실제 원형에 더 가깝게 된다. 그런데, 만약 원형으로 벌방들을 지은다면 벌방 사이의 틈새를 밀랍으로 다 메워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귀한 밀랍이 쓸데없이 많이 소요되고 방의 면적은 좁아지며 벌집의 무게는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원으로 만들면 생기는 여분의 밀랍을 제거하는 것처럼 육각형으로 벌방을 짓는다. 일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습득한 놀라운 본능에 의한 것이리라. 육각형으로 지으면 원으로 만들 때 소요되는 밀랍의 약52퍼센트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토머스 실리 “꿀벌의 숲속살이” 참조). 즉 자연의 경제학에 의해 벌들은 벌방을 육각형으로 짓는 것이다.

 

 

 

 

표면장력에 의해 결정이 육각형이 되는 것이나 벌들이 육각형으로 벌집을 짓는 것은 결국 경제라는 원리로 귀결된다. 자연은 경제적인 것이다. 경제적이면서 가장 가볍고 튼튼하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벌집은 살아있는 공유경제 모델

그런데, 육각형의 벌방은 벌들이 하나씩 들어가 사는 집이 아니다. 그것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산실이나 꿀과 꽃가루를 저장하는 식량창고로 쓰인다. 어른 벌들은 그 위에 붙어서 육아나 식량저장 등 다양한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양봉을 하다보면 일벌들이 반들반들하게 청소한 벌방에 여왕벌이 배(꼬리 부분)를 넣고 알을 낳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신비롭기 그지없다.

 

 벌집은 철저히 경제성에 입각한 공유경제 모델

 

 

한로, 상강이 지나고 점점 가을빛이 짙어지고 있다. 11월 7일 입동이 다가오고 한가해진 요즈음, 자연경제 공부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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