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양봉원 아까시나무 고사, 두고만 볼 것인가
주 양봉원 아까시나무 고사, 두고만 볼 것인가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04.17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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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시 나무와 베이비붐 세대

 

 

 

 

청명에서 곡우까지 겨우 15일만에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였다. 자연의 마술인가! 겨우내 응축된 생명들이 터져나와서 잠깐 사이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었다. 삼월말 이르게 핀 벚을 따라 산벚도 일찍 피고 회갈색의 산빛이 이미 신록을 넘어서 장중해졌다. 오가피 순 따서 데쳐 먹으니 텃밭옆에 심은 수수꽃다리 라일락이 피었다.

 

오가피 새순
수수꽃다리 라일락

 

 

준비 덜 된 벌들이 따온 벚꿀 방울을 맛보는 새에 아카시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올해 아카시 꽃이 사월에 필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기후 변화 소용돌이 속이다. 남도에서는 벌써 아카시꽃이 활짝 피어 아카시 꽃 튀김을 만들었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우리 동네는 이제사 꽃대에서 작은 튀밥이 나오고 있다. 벌지기들이 바빠지는 시절이다.

 

아카시아 꽃대
아카시아 꽃대

 

구한말 외세에 의해 들어와 우리네 삶의 한줄기가 된 아카시아 나무(실제로는 아카시/아까시 나무이며 북아메리카 원산)는 한국전쟁으로 황폐화된 산야의 속성 회복을 위해 전후에 대량으로 식재되었다. 콩과 식물이라 스스로 질소를 고정하여 헐벗은 땅을 쉽게 회복시켰다. 오월이면 아카시 군락에서 무수히 피는 하얀 꽃의 향기는 어느 노랫말처럼 ‘실바람 타고 솔솔’ 들어온다. 또 상큼한 단물을 잔뜩 머금은 아카시 꽃에서 딴 꿀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새로운 맛을 선사했다.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아카시 나무를 심었던지 한국의 꿀 수확량 70퍼센트가 아카시 꿀이다. 돈으로 따져도 연간 약 2천억원의 수입을 양봉농가에 안겨준다. 또한 아카시 꽃띠라 전국을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양봉 문화도 생겼다.

그런데 이 많은 아카시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원래가 100여년 밖에 못사는 나무인데다 한국의 토질이 맞지 않아 50여년이 지나면 나무들이 썩어 고사한다. 황무지에서는 자생력이 뛰어나 잘 번성하지만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에서는 다른 나무들에게 도리어 밀린다. 그렇게 죽이려 해도 잘 죽지 않았던 아카시 나무가 시간이 지나니 절로 죽는다. 이미 우리 문화 속에 깊은 뿌리를 내린 이 나무들, 기후변화 시대에 탄소도 잘 흡수하는 이 나무들이 이대로 사라져도 되는 것일까.

한국전쟁 후에 태어나 새로운 운명을 개척했던 베이비붐 세대. 보통은 55년에서 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다. 나도 포함된다. 이들과 아카시 나무는 닮은 점이 많다. 전후에 한꺼번에 많이 태어나거나 심겨졌다. 그들은 황무지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번성하고 새로운 문화를 형성했다. 그들은 민둥산을 푸르게 만들었으되 이제 푸른 숲에서 퇴장하기 시작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자 아카시 나무들도 은퇴하고 있다. 아카시 꿀의 문화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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