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고 둠벙에 반하다
생태보고 둠벙에 반하다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0.09.27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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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덩이가 둠벙이 되다

 

                                                                                                            김승윤

 

 

 

농장 한 구석에 파 놓은 웅덩이가 드디어 수초들도 자라고 올해 몇 개 던져 놓았던 부레옥잠까지 꽃을 피워 제법 둠벙 같은 모습이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2년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구나!

 

화려하게 핀 부레옥잠

 

사전에 찾아보면 둠벙이란 웅덩이의 사투리라고만 되어 있으나, 시골에서 자란 나 같은 사람들에겐 특별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이다. 생태학적 관심이 높아진 요즘, 둠벙은 생태연못의 다른 이름이 되어 그 가치가 재평가 받고 있으나, 그곳은 그리 아름다운 곳이 아니다.

어렸을 적 논 한구석에 있는 습지인 둠벙은 공포스러운 존재였다. 수초가 가득하고 개방수면도 거의 없이 제멋대로 생긴 연못인데 깊이를 알 수 없고 가끔 물뱀들까지 헤엄쳐 다니고 있어 그곳은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가끔 어른들이 붕어나 미꾸라지를 잡기위해 둠벙의 물을 퍼낼 때에야 그 안의 생명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식물,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즉,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하여 생태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다.

 

 

 

 

내가 이 둠벙을 만든 것은 우선 꿀벌들이 물을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과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함께 작지만 아름다운 수경관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농장 터 닦기를 할 때, 포크레인으로 축축한 곳에 작은 연못(웅덩이)를 만들어 달라 했고, 그냥 세월이 흘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동안 이른 봄에는 도롱뇽, 개구리, 두꺼비들이 엄청 많은 알을 낳았는데, 너무 많은 개체들이 좁은 곳에서 싸울까봐 많이 건져서 버렸다. 특히 두꺼비란 놈은 벌들을 낼름 잡아먹는 놈들이기 때문에 알들을 미련 없이 건져서 버렸다. 개구리는 많이 조절했지만 없어지지 않는다. 작년 겨울에는 이웃 농장의 게걸스러운 아저씨들이 연못 안에서 겨울잠을 자는 개구리들을 탐내기에 할 수 없이 물을 퍼서 이놈들을 잡아가도록 허락하였다. 그들은 이 개구리가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하는데, 만세탕이라는 그 요리 이름도 끔찍하여 올해도 허락하여야 할 지 망설여진다.

 

 

 

 

 

아무튼 이 생명의 공간을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내년에는 수련이나, 어리연 같은 연꽃 종류를 좀 심어볼까 생각 중이다. 벌서 추분이 지나고 농장 둘레의 산에 가득한 참나무들에서는 스산한 바람이 불고 도토리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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