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 채송화 애가
엄마의 꽃, 채송화 애가
  • 꽃소리 기자
  • 승인 2020.08.06 12: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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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송화 밭

 

                                                                        꽃소리*

 

 

 

‘채송화’ 불러 보기만 해도 가슴 아리는 꽃. 내게 채송화는 엄마의 꽃이다. 내가 채송화를 기르기 시작한 때는 20대 초반으로 거슬러간다. 텃밭 가꾸기를 좋아한 엄마가 좁은 도시살이의 궁여지책으로 옥상에 햇살 가득한 텃밭을 만들면서 엄마와 나와 채송화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옥상에서 시작한 나의 최초 꽃밭

엄마와 난 둘만 알아볼 수 있는 애매모호한 설계도까지 그려가며 며칠을 궁리했는데 그게 또 얼마나 신명났던지! 제법 긴 옥상 텃밭이 만들어지는 걸 지켜보면서, ‘완성되면 꽃도 좀 심어야지.’ 기대는 설렘으로 커갔건만. “꽃은 못 먹는다.” “제발 꽃도 좀 심자.” 며칠의 투쟁 끝에 엄마와 협상한 꽃이 채송화. 그것도 밭 맨 앞에 한 줄 만이라는 단서와 함께. 왜냐면 채송화는 키가 작아서 뒤 작물에 그늘을 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뒤 매년 봄 시도한 재협상은 번번이 깨졌고, 결국 채송화 한 줄을 내 ‘채송화 밭’이라 이름 지어야했다.

 

 

 

채소밭끝 겨우 한줄, 채송화 꽃잔치

하지만 뭐 한 줄이면 어때, 여름 아침 느지막이 옥상에 올라가면, 아! 채송화 꽃 잔치가 벌어져 있는걸. 채송화는 해 뜬 후부터 길게는 오후 3~4시 경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듯 꽃을 피우는데 영락없는 꽃 잔치다. 그 수수하고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어쩜 그리 예쁜 풍경을 만드는지! 빨강 노랑 분홍 주홍 때론 귀한 연보라까지 팔랑 팔랑. 엄마의 초록 채소들 앞에서 재롱부리듯 여름 내내 펼치는 그 오색 꽃 잔치에 감탄하면서 그래도 아쉬워 난 늘 꿈꿨다. ‘저 뒤 담장엔 나팔꽃 넝쿨, 그 앞엔 백일홍, 맨드라미, 과꽃, 봉숭아…’

 

오색꽃의 향연, 채송화의 매력

 

"니가 전부 꽃 심어라", 눈물의 옥상텃밭

꽃보다 더 소중하고 그리운 엄마!

그러던 어느 해 가을 엄마가 중풍으로 쓰러지셨는데 상태가 위중했다. 집안은 온통 뒤죽박죽. 그 해 가을 겨울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엄마는 여전히 몸 반쪽을 쓸 수 없었지만 다음 해 봄은 왔고, 그 봄 볕 좋은 어느 오후 엄마가 조용히 날 불렀다. “이제 옥상 밭 니가 전부 꽃 심어라.” 아픈 엄마 때문에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던가? 그 저녁 마치 몇 년 만인 듯 옥상에 올라가 봤다. 꽤 넓은 밭은 온통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이젠 내 맘대로 꽃 심을 수 있는데 그리도 꿈꿨던 그 꽃들 다 심을 수 있는데, 보고 또 봐도 잡초들 위로 오버랩 되어 오는 것은 내 화려한 꽃밭이 아니었다. 그건 엄마의 정갈한 채소밭이었다. ‘저 뒤 담장엔 호박 넝쿨, 그 앞엔 가지, 오이, 상추, 쑥갓…’ 하지만 이제 엄마는 이 밭에 올라 올 수 없다. 밭을 보니 자꾸 눈물이 나오려 해 고개 들어 멀리 하늘을 보았다. 그렇게도 좋아했던 빨간 저녁놀이 그리도 처연할 줄이야! 엄마와 수다 떨던 그 밭 언저리에 걸터앉아 끝내 울었다. ‘엄마가 전부 채소 심어!’

그 후 몇 년 뒤 엄마 병이 악화되어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하기까지 그 옥상 밭에 난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산청 별총총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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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0-08-06 12:50:53
꽃소리씨는 교육자이자 귀농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