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하는 농부, 양봉 10결 완결
사색하는 농부, 양봉 10결 완결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3.02.04 04:0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양봉은 인생 축소판이다

2월 4일 입춘, 아직은 춥다. 벌을 깨워야 할 시점이다.

벌 깨울 준비를 하면서 벌통을 살짝 열어보기도 하고 벌들에게 먹일 화분 떡을 녹이기도 하며 조금씩 양봉장 일에 시동을 거는 중이다. 월동 때 빼서 버렸던 봉충 소비(벌집)에 저장된 꿀들이 남아 있어 오후 따스한 볕에 밖으로 나온 벌들이 모인다. 안 좋은 영향이 있을까 다음 날 아침 이 벌집들을 모아 태워버린다. 꿀과 밀랍이 타는 냄새가 구수하게 풍긴다. 냄새 속으로 온갖 상념들이 피어오른다. 올해는 벌과 인간이 만드는 드라마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벌써 두 달 전에 시작했던 양봉십결 이야기를 이제 마무리하려 한다. 실전이 시작되니 병법만 논하고 있을 수 없다.

 

제8결: 동수상응(動須相應) -조화롭게 움직이라

이 전략은 바둑에서 돌들이 서로 상응하게 움직이라는 뜻이다. 자기 돌의 일관성을 주로 언급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있는 것이 바둑이라 상대방의 수에 맞추어 조화롭게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바둑은 조화’라는 오청원의 명언도 있다.

양봉에서는 여느 농사와 같이 천(天), 지(地), 인(人), 세 가지가 잘 어울려야 성공할 수 있다. 천과 지는 바꾸기 어려운 조건이니 사람(농부, 양봉가)이 잘 맞추는 수밖에 없다. 하늘과 땅의 기후환경에 상응하여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

 

제9결: 피강자보(彼强自保) -적이 강하면 나를 먼저 보호하라

양봉에서 벌들의 적은 병충해이다. 기후변화, 환경파괴와 함께 새로운 병충해가 점점 많아져 벌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과거의 양봉법으로는 대처가 어렵다. 친환경적인 새로운 방법들이 개발되어야만 한다.

 

제10결: 세고취화(勢孤取和) -세력이 약하면 합하라

바둑에서 세력이 약하면 빨리 두 집 내고 사는 방법을 찾는다. 양봉에서는 봉군(벌 무리)이 약하면 두 통을 한 통으로 합쳐서 세력이 빨리 늘어나도록 조치한다. 양봉의 수학은 덧셈보다는 곱셈에 가깝다. 단리보다는 복리에 가깝다. 문제 있는 여왕벌을 버리고 하나로 합쳐야 하는데 아까워 버리지 못하면 망하게 된다. 성경의 달란트 비유처럼 세력이 좋은 벌들은 엄청나게 늘어나나 세력이 약한 벌을 그대로 두면 있는 것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Copyright ⓒ 글로벌환경신문 & Econew.co.kr 제휴안내구독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환경신문 2023-03-09 19:10:47
양봉십결은 탁월한 생각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