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애태운 양이의 느그러움
나를 애태운 양이의 느그러움
  • 꽃소리 기자
  • 승인 2021.09.08 16: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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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쥐

 

                                                                                   꽃소리*

 

 

우리 집 주위엔 일 년 내내 들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는데 행동 양식이 도시 길고양이들하고는 좀 다르다. 도시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경계의 눈빛으로 보지만, 얘들은 눈빛이 순하다. 어쩌다 겁도 없이 우리 가든(*개이름)이 부근으로 접근이라도 할라치면 “왈왈” 골짝이 떠나갈 듯 짖어대건만 고양이는 ‘아, 그래 간다고. 가면 될 것 아냐’ 완전 그런 분위기로 느릿느릿 제 갈 길 간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시골에는 짓궂은 아이들도 귀할뿐더러 어른들은 쥐를 잡아 주기를 기대하며 내치지 않으니 이래저래 인간 친화적이지 않겠는가?

 

 

쥐와 공존도 하시는 점잖으신 우리집 양이

 

어느 가을날 작정하고 나선 산책길, 걷다 보니 어느새 찰랑찰랑한 윗마을 저수지. 그런데 그 저수지 둑 마른 풀 위에 족히 십여 마리는 넘어 보이는 고양이 가족들이 따뜻한 햇볕 속에 나른한 휴식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 풍경은 참으로 목가적이었다. 한참을 보고 섰으려니 지나가던 한 할머니, “우리 마을엔 사람 수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요.” 그런데 그 수많은 고양이들이 직무유기를 했는지 어쨌는지 우리 집 천정에 그만 쥐가 들고 말았다.

 

양이의 한가로운 오후 일상

 

 

은신처 쥐구멍을 찾아 나서다

“큰 일 났다. 우리 집 천정을 쥐가 침공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댔다. 그동안 어렵게 안면 튼 시골 사람들은 물론, 별 도움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도시인들에게도 물어봤다. 시골 사람들은 일단 짬을 내어 우리 집에 한 번 와 본다. 커피 한 잔 후, 슬슬 제법 매서운 눈매로 벽, 보일러실, 처마 등을 꼼꼼히 진단해 보곤 좀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 참, 아무리 봐도 쥐구멍을 못 찾겠네요.” 처방을 기대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졸졸 따라다니던 나는 번번이 맥 빠졌고. 도시인들은 “그냥 해충박멸 회사 불러.” 도시인다운 답변.

 

 

먹이로 유혹, 오랜만의 밤의 평온

처음엔 천정 한 귀퉁이에서 부스럭거리던 쥐가 밤이면 밤마다 영역을 넓혀, 단거리에서 장거리, 급기야 마라톤 급으로 뜀박질을 해댔다. 해충박멸 회사를 불러야 하나? 그러나 시골에서 뭔가를 하려면 그 비용이 도시보다 항상 많이 들었다. 업자들이 대부분 도시에 있다 보니 출장비를 청구하는데 그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쥐에게까지 거금을 쓸 수 없다는 생각에 망설이고 있던 어느 날, 무심코 창밖을 보니 창 밑에 놓아둔 항아리 사이를 조그만 쥐 서너 마리가 들락날락. 당장 끈끈이를 사와 쥐가 다니는 길목에 깔았겠다. 하지만 영리한 쥐는 끈끈이만 피해가며 천정으로 무사히 올라왔다. 다시 읍네 약국에 나가 약사 할아버지와 모의한 끝에 파란 독약이 발라져 있는 무서운 쌀 쥐약으로 업그레이드. 항아리 부근 몇 군데 놓은 그 다음날 아침,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창을 열어보니 와우, 모두 빈 접시. 결론을 말하자면 쥐들을 모두 퇴치하고 밤의 평온을 되찾았다.

이렇게 고양이는 선택 받았고 쥐들은 곳간이 없는 내게서 조차 퇴치 당했지만 이 세상 모든 쥐들에게 당부한다. ‘인간에게서 멀리 떨어져 꼭꼭 숨어서 잘 살아라’(예안 꽃마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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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1-09-08 16:14:56
꽃소리씨는 전직 교육자이자 귀농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