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무 로망
커피나무 로망
  • 꽃소리 기자
  • 승인 2021.01.30 07: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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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나무

 

                                                                                                    꽃소리*

 

내 꽃밭엔 이역만리 고향을 떠나와 생고생 하고 있는 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체리와 커피나무다. 키우기 전부터 걱정은 좀 되었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일단은 시도를 했다. 체리는 지금 3년 째 꽃을 피우지 못하고 꽃밭에서 버티고 있고, 커피나무는 올 봄에 손바닥만 한 묘목을 화분에 심어 모시고 있다. 살면서 누구나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을 터, 내겐 체리와 커피 키워보는 일도 그 중 하나였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물은 1주일에 한 번만 주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실내 커피나무 화분 

 

내가 커피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 20대 때는 커피문화가 지금과는 달랐다. 집이든 커피숍이든 커피는 오로지 인스턴트커피. 기막히게 고소하고 달콤한 그 인스턴트커피에 교복을 벗은 특권인양 강하게 빠져들었었지만, 정작 커피 그 자체엔 무관심했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원두커피점이란 게 생기고, 커피 주문대에 커피콩이 담긴 접시와 커피나무 사진이 장식되면서, ‘어, 커피가 이렇게 생겼어?’ 하얀 꽃과 빨간 열매, 나무가 그리 화려하진 않음에도 그렇게 강하게 다가옴은 아마도 커피가 주는 매력 때문이었으리라. 커피가 나오는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던 그 커피나무 사진. ‘언젠간 꼭 키워봐야지.’

 

청순한 아름다움, 커피꽃
청순한 아름다움, 커피꽃

 

커피나무의 아름다움(분재 전문가 작품)
커피열매의 아름다움(분재 전문가 작품)

 

 

그래 더디어 올 봄 어린 커피나무 한 포기 화분에 심었다. 인터넷으로 학습한 온갖 정보를 바탕으로 정성을 들였건만 잎은 자꾸 생기를 잃어 갔다. 물 조절, 햇빛 조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건만 도대체 성장은 없고, 생기 잃은 연두 잎사귀 지켜보며 착잡했다. 과연 저 커피나무는 내 꽃밭에 적응할까? 그래서 먼 훗날 커피 꽃과 열매를 볼 수 있을까? 괜히 나무만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이렇게 커피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난 커피 중에서도 지독한 에소프레소 마니아.

 

꽃소리씨의 겨울 일상,직접 수놓은 정갈한 소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국적 취향, 에소프레소에 반하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면 그 에소프레소 커피만큼이나 진하고 쌉싸름한 고정관념의 벽에 부딪혀 종종 불편을 겪어야하는데, 그 불편은 대체로 세 종류. 첫째, “에소프레소 한 잔요.” 하면, 십중팔구는 “네?” 되묻고는 에소프레소 커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시작된다. ‘이렇게 쓰고 진한 걸 마시게요?’ 라는 뜻을 함께 담아. 둘째, (주로 여름) “아이스요? 핫이요?” 에소프레소 커피에 아이스는 일반적이지 않다. 그 직원은 에소프레소 커피를 듣고도 당연한 것처럼 아메리카노 커피를 생각한 것이다. 뭐 어쨌든 여기까지는 그래도 내가 원한 커피를 마실 수는 있다. 셋째, 이 경우가 가장 황당한데, 아무 질문 없이 통과해 놓고는 나오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커피다. 이 경우를 대비해 난 아무 질문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해 다시 한 번 확인 시킨다. 왜 이런 현상이 종종 발생할까?

혼자 심각하게 분석해본 결과, 그 원인은 순전히 나의 외모에 있는 듯하다. 자, 나이는 꽤 되었고 화장기 없는 얼굴, 장신구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고, 아주 편안한 옷차림에 그 옷만큼이나 편안한 배낭. 왜 나 같은 사람은 에소프레소 커피와는 거리가 멀 거라 생각하는가? 도대체 에소프레소 커피는 어떤 연령, 어떤 차림의 사람들이 마실 거라 생각하는가? 이세상 모든 고정관념에 맞서는 비장함을 담아 괜히 또 한 잔의 진한 에소프레소 커피를 마신다(산청 별총총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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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1-01-30 07:35:07
꽃소리씨는 교육자이자 귀향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