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풀, 극복 체험기
무서운 풀, 극복 체험기
  • 꽃소리 기자
  • 승인 2020.10.09 11: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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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

 

 

                                                                                   꽃소리(정원디자이너)*

 

 

함께 살 풀 있다

귀촌해서 텃밭을 가꾸든 꽃밭을 가꾸든, 어떤 관계로 살아갈 것인지 입장정리를 확실히 해두어야 할 어마어마한 존재가 풀이다. 사실 시골에 들어오기 전에 두려웠던 존재는 풀이 아니라 벌레였다. 그러나 정작 들어와 살아보니 풀, 그리고 풀, 또 풀......

 

영리한 풀들의 전략에 대책 세우다

시골집의 규모는 도시하곤 달라 200~300평은 보통. 우리 집 작은 집터와 좁은 통로를 제외한 넓은 땅에서 풀들은 내가 키우는 그 어떤 식물보다 빠르고 튼튼하게 성장하며 끝임 없이 내게 도전장을 내민다. 풀들을 관찰해본 적이 있는가? 풀은 물 주지 않아도 말라 죽지 않고, 약주지 않아도 아파 죽지 않는다. 수많은 종류의 풀들이 연대해 바톤 터치하듯 그 어느 곳도 비워두지 않고 끊임없이 솟아난다. 이 영리한 풀들의 전략에 맞서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초제를 쓰지 않는 한 쪼그리고 앉아 뽑는 수밖에.

 

풀에 대한 분류기준 만들다

봄 여름 가을 틈만 나면 풀을 뽑다보니 어느덧 슬슬 마음이 가는 녀석들이 생겨나기 시작해, 나름 풀들을 크게 3모둠으로 분류했다. 내 영토에서 퇴치해야 할 풀들, 함께 데리고 살 풀들, 마지막 군은 상당히 애매한데 초반엔 같이 살다가 후반에 가서 제거하는 풀들. 그 기준은 이렇다. 내가 키우는 식물보다 크거나, 뿌리가 너무 억척스럽거나, 꽃이 피지 않는 풀은 뽑고, 역으로 키가 작으면서 뿌리가 부드럽고 예쁜 꽃이 피는 풀은 함께 산다.

대표적인 제거 군으로는 환삼덩굴과 도깨비바늘. 얘네 들 초반에 제압하지 않았다간 한여름 땡볕에 덩굴 걷어내느라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 그리고 최근에 된통 당한 토끼풀. 잔디밭에 점점이 들어 앉아 하얀 꽃 나풀거리는 모양새 어여뻐 두고 본지 2년 째, 아뿔싸 잔디밭 한 귀퉁이를 초토화시켜 버리네. 땅속 횡으로 뻗는 뿌리를 모두 제거하기는 불가능해 그냥 잔디밭 한 귀퉁이 내 줬다.

 

환삼덩쿨, 초반에 제압한다
환삼덩쿨, 초반에 제압한다

                     

토끼풀
 앙증맞은 토끼풀, 잔디밭에 터 내주다

 

그런가하면 내가 키우는 꽃 못지 않게 사랑스러운 풀도 많다. 땅바닥에 초록 잎사귀 싹 펼쳐놓고 빨간 열매 동글동글 올려놓는 뱀 딸기, 감나무 밑 여기저기 노랗게 무리지어 있는 염주괴불주머니. 꽃들 속에 숨어 하늘거리는 강아지풀...

 

염주괴불주머니
노란꽃 군락 염주괴불주머니, 함께 산다

 

 

갈등 일면, 결국 뽑는다

문제는 내 꽃밭을 점령하는 풀들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세 번째의 애매한 녀석들. 제비꽃, 돌냉이, 괭이밥, 메꽃 등이 대표적인데, 내가 이들의 생존권을 쥐고 갈등하는 이유는 계절에 따라 내 마음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이다. 보라 빛 봄을 알리는 앙증맞은 제비꽃, 아삭아삭 상큼하게 입맛 돋우는 돌냉이, 그러나 봄이 지나 여름으로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봄엔 단정하고 다소곳했던 자태가 여름엔 볼품없이 웃자라 흐트러진 자세로 어지럽다. 괭이밥은 여름엔 가히 습격이라 할 만큼 온 땅을 뒤덮어 버린다. 메꽃은 꽃을 보고 싶어 어릴 땐 두고 보지만 다른 식물을 감기 시작하면 그 꽃 포기하고 결국은 뽑는다.

 

먹는 풀도 내겐, 적!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 이 풀 뽑기에 기꺼이 동참하는데, 어느 해 봄 감나무밭 풀 뽑기에 내 여동생이 나섰겠다. 난 함께 살 풀들의 잎을 따서 동생에게 주며, “얘들은 살려라.” “응, 알았어.” 아, 그러나 한 깔끔하는 동생이 지나간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저만치에 의기양양한 한 무더기 쑥. “쟤들은 왜 살려놨어?” “떡 해 먹으려고.” 에고, 쑥, 내겐 적인데(산청 별총총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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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0-10-09 11:50:28
꽃소리씨는 교육자이자 귀농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