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썬 알아?"
"파이썬 알아?"
  • 이대원 기자
  • 승인 2020.04.12 0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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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안에 피어나는 4차 산업

 

이대원
이대원 기자

       

 

                                                                                      

아침 햇살이 살포시 창가를 통해 나의 얼굴에 들어오는 출근시간 해가 다시 밝아왔다. 평소 같으면 두 자녀를 둔 사랑하는 아내 류은숙(45)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두 자녀의 학교 등원준비로 분주할 시간이었다. 자녀들이 학교에 가기에 제출할 과제나 준비물을 준비하고 혹시 놓친 것이 있는지를 미리 한번 더 챙겨야 하기에 자녀보다 일찍 일어나야만 했다.

“엄마, 엄마. 이것 가져가야 돼. 시간 늦었어.” “어제 저 선반 위에 올려두었네.” “아! 맞다. 내가 깜빡 했네”. 이런 우리들의 친숙한 일상생활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3월에 개학을 못하고 4월에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자녀들의 잦은 티브시청이나 게임으로 인한 스마트폰 사용이 지난 한달 동안 급증하였고 아내는 평소보다 일상의 시작이 늦어졌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어제 밤에 약속이나 했는지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나서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무료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무엇을 보는지 잠시 물어보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라면서 주변에서 이야기를 자주 하여 코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파이썬”을 학습하고 있다고 하였다.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사실 코딩이라는 말도 다소 생소한데 지난 몇 년간 나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들어와 있었고, 주변에서 한 번씩 코딩강의를 하기에 가끔씩 겹눈으로만 보았지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치기만 한 용어였다.

왜 배우는데 하고 물어보니 주변에서 초등학생들이 학원가서 수강하고 있고 파이썬*, 이것을 배워야한다고 하였다. 돈은 넉넉하지 않고 주변에서 같은 연령의 친구들이 배우니 자식을 위해 배워서 가르쳐주어야 뒤쳐지지 않는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무능해 보이는 느낌인지  “파이썬?”이라고 대응하였다. 그 순간 아내까지 “ 파이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는 말에 왠지 나만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불안감이 다가왔고, 낯선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공포가 나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더 이상 아무런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사실 아는 것이 없었다.

집이라는 울타리 밖을 나오면서 운전대를 잡고 광안대교 톨게이트를 지나니 광안대교 경치가 펼쳐졌다 오륙도를 바라보면서 신선대교를 지나 부산항대교에 이른다. 오른쪽으로는 국제선이 넘나드는 곳,  멀리 산 위에 초량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사람 사는 바다 냄새가 났다.

부산항대교를 지나면 영도가 좌측에 보이고 곧 남항 대교가 보였다.

광활한 바다의 풍경, 경치도 아름다운 영도 절영해변이 눈으로 들어왔다. 고기를 잡는지 배들이 정박만 하고 있는지 유조선으로 보이는 아주 큰 배들 여러 채가 바다위에 떠있다. 풍경은 한편의 동화책을 보는 것 같다. 말이 필요하지 않다. 감탄이 저절로 쏟아나는 사이 금새 절영도**에 도달했다.

이곳이 바로 우리의 근대 역사에서 부산을 최초로 소개하는 이인직(李人稙)[1862~1916]의 「혈의 누」 하편 첫머리에 나오는 역사적인 구절과 마주하게 되는 곳이다.

 

"부산 절영도 밖 하늘 밑까지 툭 터진 망망대해에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화륜선이 부산항을 향헤 살같이 들이 닫았다. 오륙도, 절영도 두 틈으로 두 좁은 어구로 들어오는데 반속력 배질을 하며 화통에는 소리가 하늘 당나귀가 내려와 우는지, 웅장한 그 소리 한마디에 부산 초량이 들썩들썩한다. 물건을 들이고 내는 운수 회사도 그 화통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람을 보내고 맞아들이는 여인숙에서도 그 화통소리에 분주하다. 화륜선 닻이 뚝 떨어져서 삼판 배가 벌떼같이 드러난다."「혈의 누」

 

이처럼 한국 근대 문학의 첫 시작점에 오륙도가 등장하고, 절영도가 있고, 초량이 나오는 소설의 구절은 부산의 지형학적 조건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섬들은 부산항의 관문,  배가 드나드는 길목의 상징적 섬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그 광경을 보아서일까? 답답한 마음속이 조금씩 풀어지면서 줄곧 아무것도 모른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바보, 더 이상 바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솟았다. 사무실에 출근하자 마자 컴퓨터를 켜고 “코딩이 무엇인지?”, “파이썬”이 무엇인지 검색하다 보니 머릿속을 멍멍하게 하였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였다.

정보지식의 보물이라는 지식백과에 들어갔다. 링크에 링크를 따라 간 지식의 파도에서  “파이썬”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용어가 나타났다. 도대체 이 많은 코딩용어 프로그램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하였다.그 중 대표적인 용어가 “스크래치”, “엔트리”, “파이썬”, “아두이노” 등등이었다.

귀가하여 아내에게 ‘여보, 빈이 엄마, 파이썬이 뭐야?’ 불쑥 물어보니 아내는 “나도 잘 몰라”하면서도 자녀를 위해 잘 알지도 모르는 “파이썬” 배운다고 하니 대단해 보였다. 나의 아내가 너무 아름다워서 일까? 아니면 맹자의 어머니처럼 자식을 가르치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아서일까?  그 이유는. . .?   이제부터 4차 산업이 무엇인지 일상의 생활 속에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보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 상자를 이어가고자 한다.

 

*파이썬은 1991년 프로그래머인 귀도 반 로섬이 발표한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로, 플랫폼에 독립적이며 인터프리터식, 객체지향적, 동적 타이핑 대화형 언어이다. 파이썬이라는 이름은 귀도가 좋아하는 코미디 〈Monty Python's Flying Circus〉에서 따온 것이다(출처: 위키백과)

**영도는 예로부터 말 사육장으로 유명하여 목도(牧島)라 부르기도 하였다. 또 이곳에서 사육된 명마가 빨리 달려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 하여 절영도(絶影島)라고 불렸다(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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