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 산란의 비극, 여왕벌 리더십 부재시 발생
일벌 산란의 비극, 여왕벌 리더십 부재시 발생
  • 김승윤
  • 승인 2023.06.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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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세상에도 정의롭고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하면 국가가 망가지듯, 꿀벌 사회도 마찬가지다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5월말이면 아까시꽃이 지고 밤꽃이 피기 시작한다. 벌을 늘려야 할 시간이다.

분봉을 위해 전문가들이 양성한 왕대를 사 왔다. 직접 좋은 왕대를 만들기는 역시 어렵다. 여왕벌이 낳은 4일령 된 알을 떠내 플라스틱 왕군에 옮겨서 인공왕대를 양성한다. 사 온 것은 하루나 이틀 뒤면 여왕벌이 태어날 왕대이다. 벌들을 쪼개어 이 왕대를 붙여주면 새로운 봉군이 탄생한다. 이렇게 하여 벌들을 수없이 늘릴 수 있다.

 

여왕벌 부재, 일벌산란의 비극

구미호 꼬리 같은 밤꽃 수꽃이 하나둘 떨어지지 시작하니 벌통에 밤꿀이 조금씩 들어온다. 밤꽃은 수꽃이 져갈 때 암꽃이 피고 그때 꿀이 나온다. 밤꽃이 전국에 피기 시작하자 밤꿀은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하늘이 하는 일이니 기다려 보게. 라고 말한 것이 벌써 2주일은 된다. 이제 밤꿀이 들어오고 있다네. 그런데 얼마나 들어올지는 역시 모른다네.

벌들의 일년살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늘어났다 줄어든다’는 것이다. 봄부터 엄청 늘어 나지만 망종(6월 6일경)을 피크로 초여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벌지기들은 밤꿀 따기와 벌늘리기(분봉)를 함께 추진한다. 인공 분봉을 하면서 마주치는 난관 중의 하나가 일벌 산란이다.

여왕벌이 장기간 부재하면 같은 암컷인 일벌 중에 난소가 발달하는 벌이 있고 이들이 무정란을 낳는다. 분봉하려면 봉개된 번데기 봉판과 유봉으로 분봉군을 만들고 곧 태어날 왕대나 처녀왕을 넣어준다. 이때 처녀왕이 태어나더라도 혼인 비행을 통해 짝짓기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알을 낳기 시작해야 새로운 봉군이 될 수 있다. 보통 일주일이면 짝짓기에 성공하는데 그것이 지연되다가 처녀왕이 실종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 와중에 무왕군 상태가 20여일이 넘으면 이 분봉군은 정상적인 봉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희망이 사라진 이 봉군에서 일벌산란이 일어난다. 여왕벌이 없는데도 알이 발견되면 일벌산란이다. 특히 한 소방에 여러 개씩 알을 낳았다면 확실하다.

일벌이 여왕벌 행세하며 알을 낳는 것은 나라가 망해갈 때 내시들이 설치는 것과도 참 비슷하다. 일벌이 낳은 알은 무정란이라 수벌만 태어나는데 그것도 아무 역할도 못 하는 비정상적인 작은 수벌이다. 일벌산란이 일어나면 봉군은 끝장나고 벌집조차도 못쓰게 된다. 일벌산란을 막으려면 다른 정상 봉군에서 유충들이 가득한 봉판을 지원해 주면 된다. 오래된 무왕군에는 밖에 나가 일하는 어른 벌만 있기 때문에 다른 산란 여왕벌을 투입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여왕벌이 알을 낳아도 길러줄 유봉들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 유충들이 들어오면 왕도 새로 만들고 함께 있는 새끼들이 커서 차세대 새끼들을 키워낼 수 있다.

벌들의 사회도 생존과 성장을 하려면 인구(벌식구)가 정상적인 비례로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적정한 숫자의 2세들이 태어나야 한다. 일벌산란은 후사가 없을 때 일어나는 비극이다. 내검하다 일벌산란이 일어난 봉군을 발견하여 사진을 찍었다. 벌들은 조용하고 먹이도 충분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운명을 알기에 벌들을 털어버리고 산란한 벌집도 다른 정상 봉군에 넣어주었다. 집을 잃은 벌들은 다른 벌통으로 기어들어 간다. 일벌이 산란한 알들은 정상 봉군의 일벌들이 먹어 치운다고 한다.

한 사회(나라)가 정상적인 인구비례로 생존, 성장하지 못한다면 경제발전을 한들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는 양봉 기술이 비교적 늦게 발달했지만 이런 기술 덕에 귀한 벌꿀을 싸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꿀 됫병 한 병이 금 한 돈 가격이었다. 그러나 대량생산은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수입 꿀과 국내산 꿀까지도 엄청나게 쌓아 놓고 헐값에 팔고 있는 대형 매장에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 생각난다. 구한말 서양꿀벌과 신식 양봉 기술이 들어왔을 때, 한봉 농가들이 느꼈을 충격은 어떠했을까!

인공왕대 양성
벌방 안에 일벌이 산란한 알들이 보인다
밤꽃 수꽃들이 떨어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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