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민주주의에서 배운다,양봉십결 제5결 사소취대(捨小取大)
꿀벌의 민주주의에서 배운다,양봉십결 제5결 사소취대(捨小取大)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3.01.02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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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양봉십결ㅡ양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위기(바둑)십결의 다섯 번째 전략 "사소취대(捨小取大)"는 바둑뿐만 아니라 인간 만사에 적용되는 가르침이다. 양봉에서도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제4결에서 봉군을 살리기 위해 새끼를 버리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양봉을 하다 보면 여왕벌도 버려야 할 때가 있는데, 이 또한 사소취대의 원리에 해당한다. 여왕벌은 수만 마리 봉군에서 오직 한 마리만 존재하고 여왕벌이 사라지면 봉군의 생사가 위협받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래서 양봉 초보들은 여왕벌을 지나치게 중요시하고 내검을 할 때도 여왕벌의 존재를 확인해야만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노련한 양봉가들은 여왕벌의 존재 자체에 그리 얽매이지 않는다. 여왕벌이 갑자기 없어져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며, 상태가 좋지 않은 여왕벌은 쉽게 갈아치운다. 여왕벌 한 마리를 바꾸면 전체 봉군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왕벌, 지배자가 아니다

사실 여왕벌은 봉군을 지배하고 통솔하는 존재가 아니라 알을 낳아서 번식을 책임지는 존재일 뿐이다. 봉군 전체를 하나의 큰 개체로 보는 초개체이론에 따른다면 여왕벌은 생식기관이지 머리가 아니다. 물론 여왕벌이 건강해야 그 자손인 일벌들이 튼튼 해지기 때문에 여왕벌의 혈통과 건강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건강한 여왕벌의 강력한 페로몬에 의해 봉군이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여왕벌의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일벌, 의사결정의 주인이다

그러면 봉군의 의사결정은 누가 담당할까? 그것은 일벌들 집단이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토머스 실리, “꿀벌의 민주주의” 참조). 예를 들면 분봉을 할 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의사결정이 그렇다. 정찰을 다녀온 다수의 벌이 후보지 상황을 춤으로 표현하고 일벌들이 가장 많이 지지하는 쪽으로 결정한다. 여왕벌은 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여왕벌 퇴출, 일벌이 한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건 가끔 일벌들이 여왕벌을 퇴출하는 결정도 한다는 것이다. 여왕벌이 산란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일벌들은 새로운 여왕벌을 양성하고 기존 여왕벌을 퇴출한다. 양봉장에서 가끔 벌들 십여 마리가 벌통 앞에 모여 웅성거리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여왕벌 한 마리와 그를 모시는(?) 일벌들이다. 어떤 경우에는 시중드는 일벌 하나도 없이 여왕벌만 달랑 배회하기도 한다. 이 여왕벌은 퇴출당한 것이다. 어찌 보면 비정한 이 현상은 수만 마리 봉군을 살리기 위한 일벌들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이다. 이때 봉군을 잘 관찰해보면 신왕이 이미 태어났거나 태어나는 중일 가능성이 있다.

일벌들이 여왕벌을 모시고 있는 모습
일벌들이 여왕벌을 모시고 있는 모습

 

 

봉군의 역할, 부실한 여왕벌 제거해 일벌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

노련한 양봉가들은 이러한 습성을 이용하여 일벌들보다 앞서서 부실한 여왕벌을 제거하고 외부에서 양성한 좋은 왕대나 신왕으로 교체한다. 일벌들이 어쩔 수 없이 왕을 교체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 낭비가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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