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축소판 양봉십결(3,4), 양피고아와 기자구군을 생각하다
인생축소판 양봉십결(3,4), 양피고아와 기자구군을 생각하다
  • 김승윤
  • 승인 2022.12.14 0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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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르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라, (4)새끼를 버려 봉군을 살려라

 

양봉십결: 양봉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제3결: 양피고아(養彼顧我) -기르기 전 먼저 나를 돌아보라

위기(바둑)십결의 세 번째 전략 "공피고아(攻彼顧我)"는 상대방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의 허점이 없는지 살피라는 가르침이다. 양봉은 공격하는 것이 아니기에 ‘칠 공(攻)’자를 ‘기를 양(養)’자로 대체했다. 당연하지만 잘 지키기는 어려운 교훈이다.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이라는 것이 있다. 양봉에서도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한 초짜가 성공한 듯 보이는 경우가 있다. 쉽게 쉽게 벌도 늘고 꿀도 많이 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곧 가혹한 시련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나갈 때는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다. 그래서 제 잘난 맛에 귀를 막아버리고 제멋대로 하다 마침내 실패하게 된다. 양봉가들 사이에서는 “벌을 세 번 죽여보아야 진정한 양봉가가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실패를 통해서 배운다는 뜻이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양봉법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도전으로 양봉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잘못해서 벌들을 죽이면 다시 구해 잘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을 다루는 영역(정치 같은 것)에서도 그러한 시행착오가 용인될 수 있을까?

 

제4결: 기자구군(棄子救群) -새끼를 버려 봉군을 살린다

위기(바둑)십결의 네 번째 전략 "기자쟁선(棄子爭先)"은 바둑돌(子=새끼)을 몇 개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아 대국을 주도하라는 가르침이다. 양봉에서는 봉군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므로 “쟁선(爭先)”을 “구군(救群)”으로 바꾼다. 바둑돌을 새끼(자식)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지만 양봉에서는 진짜 새끼이다.

특히 요즈음처럼 월동준비를 할 때는 벌들이 번식(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마치 철모르고 늦가을에 피는 꽃처럼 월동 전에 태어나는 새끼는 제대로 자랄 수도 없고, 월동 벌에 치명적인 부담을 준다. 식량도 충분하지 않을뿐더러 월동할 벌들이 육아에 에너지를 소모하면 급속히 약해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번데기 상태가 된 벌방에는 벌들의 천적인 꿀벌응애(진드기류)가 스며들어 월동 전 마지막 진드기 구제작업을 망친다. 봉해진 벌방(봉판)이 있는 채로 방제하면 진드기들이 살아남고 어린 벌이 태어날 때 확산되어 봉군을 파괴한다. 마침내 이 봉군은 월동에 실패하고 사멸하고 만다. 보온을 위해 서로 뭉쳐 봉군을 형성하고 저장된 식량을 조금씩 먹으며 꿈쩍 않고 2개월 이상을 버텨야 하는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면 그것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양봉가들은 월동 직전에 형성된 봉충판을 뽑아서 과감하게 버린다. 월동벌도 많지 않은데 새로 태어날 새끼들을 버려야 하니 아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버리지 않으면 전체 봉군을 망치게 되니 어쩔 수 없다. 양봉가들은 이렇게 살아남은 벌들을 이듬해 입춘 경에 깨우고 봄 벌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기를 꿈꾼다. 지금 작은 것을 버려 나중에 큰 것을 얻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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