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장 말벌 퇴치도 도가 필요하다
양봉장 말벌 퇴치도 도가 필요하다
  • 김승윤
  • 승인 2022.10.10 1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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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벌 신공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8월부터 나타나 꿀벌들을 괴롭혔던 말벌들이 10월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오고 있다. 순식간에 벌통을 초토화하는 장수말벌도 무섭지만, 작지만 날쌔게 꿀벌들을 채가는 등 말벌도 괴롭다. 이들은 중국에서 들어왔다는데 얼마나 영악한지 말벌 포획기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꿀벌을 낚아채 줄줄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광경을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 일일이 한 마리씩 때려잡는 것 외에는 별 신통한 방법이 없다. 놈들과 싸우다 보니 말벌 잡는 기술이 많이 늘었다. 이름하여 말벌 신공!

며칠 전 양봉장에 나가니 장수말벌 네다섯 마리가 벌통 입구에 모여 곧 꿀벌들을 요리하려 하고 있었다. 미리 준비해간 포충망(배드민턴 채와 배추 망으로 직접 제작한 것)을 모여 있는 장수말벌들 위에 마치 투망처럼 투하하고 그 옆에 있는 말벌은 파리채로 가격했다. 포충망으로 세 마리, 파리채로 한 마리, 총 네 마리를 한 번에 잡았다. 대단한 성과다! 무기를 두 가지로 바꾼 덕이다. 한 손에는 방충망, 다른 손에는 파리채. 미야모도 무사시 같은 이도류다. 배드민턴 채로 휘둘러보기도 하고 방충망만도 써보았지만 역시 이도류가 최고다. 파리채는 방충망으로 잡은 말벌을 살짝 때려잡을 때도 좋다. 방충망만 쓰면 잡은 말벌을 발로 밟아서 죽여야 하는데 밟는 느낌도 안 좋고 방충망의 수명도 단축한다. 그리고 포충망으로 잡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근접한 말벌은 파리채로 살짝 때려 땅에 떨어뜨리면 쉽게 잡을 수 있다.

 

 

포충망으로 말벌을 낚아채는 기술은 많은 숙련이 필요하다. 말벌과 처음 만나면 흥분되어 정확하게 낚아채지 못한다. 장수말벌은 몸집이 크고 둔하여 쉽게 잡지만 처음에는 당황하여 헛손질을 많이 한다. 말벌이 꿀벌들을 채가려고 벌통 앞에서 정지 비행을 하며 집중하고 있을 때, 그때를 놓치지 말고 전광석화와 같이 낚아채야 한다. 여기저기 갈지자로 비행하고 있을 때는 결코 잡을 수 없다. 또한 꿀벌들을 낚아채서 막 하늘로 솟아오를 때도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역시 처음에는 마음이 급하고 정확한 위치를 감지하지 못하여 실수를 많이 했다. 하늘로 솟아오를 때는 목표물을 정확히 보고 팔을 좀 길게 늘인다는 기분으로 테니스 스매싱 동작처럼 매끄럽게 스윙하면 의외로 잘 잡힌다. 꿀벌을 안고 있어서 동작이 느려지기 때문이리라.

포충망 속 말벌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장자에 나오는 최고의 싸움닭인 목계(木鷄)처럼 오욕칠정이 없는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겠지만 말벌에 대한 선입견과 감정을 버리고 냉정한 마음으로 잡으면 확실히 실적이 오른다. 그러나 인간이 나무처럼 될 수 없는 법. 조금 덜 잡으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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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2-10-10 19:52:33
훌륭한 인품이 드러나는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