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속의 불편한 진실, 엄마의 맨얼굴을 보다
가족 속의 불편한 진실, 엄마의 맨얼굴을 보다
  • 글로벌환경신문
  • 승인 2022.07.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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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욱 교수부산 신라대학교

박재욱 교수(부산 신라대학교)

 

'우리들의 블루스'는 2022년 4월 9일부터 2022년 6월 12일까지 방영한 tvN 토일 드라마다. 14명의 주인공들의 관계가 조금씩 엮이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 드라마의 작가는 노희경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명장면이 뜨는 영상 미학도 좋지만 연기자들이 어쩌다 내뱉는 대사 구절구절이 참 오래 뇌리에 남기도 한다. 시청자들마다 마음에 새겨놓는 영상이나 대사가 다른 까닭은 그들이 살아왔던 삶의 궤적과 지금 부딪히며 살아가는 삶의 무게와 색깔이 각각이기 때문이리라.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인 김혜자와 이병헌(동석)의 스토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정작 불행한 건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이다(토스토옙스키)."를 떠오르게 만든다. 엄마 혜자는 아버지가 죽자, 아버지 친구랑 눈이 맞았고, 심지어 애가 밖에 있는데 뒹굴었고, 결국 첩으로 들어갔고, 어린 동석에게 본처를 엄마라 부르라 종용했고, 자신을 작은 엄마라고 부르라 했다. 싫다고 대드는 아들을 엄마는 모질게 때렸고, 아들은 이후에도 그 본처의 아들 둘에게 거의 매일 죽도록 맞으며 자랐다.

동석은 대든다. 왜 그랬냐고. 도대체 내가 기르는 개보다 못하냐고. 왜 나한테 따스한 정 한번 안 주었냐고 아들은 반복해서 물었고, 엄마는 입을 다물었다. 그 대신 다시 태어나면 "돈 많은....돈 아주 많은 집에 태어나서 돈 걱정 안 하고 살고 싶어...." 라는 말로 답한다. 그녀에게 가난과 무지는 모자의 정이라고 흔히 이상적으로 도덕화되는 천륜의 도리보다 힘든 지옥 같은 것이었다.

노희경의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타난 엄마의 맨얼굴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 동석에게 미안하다. 네가 이해하라. 내가 죽일 년이다~~ 이런 식의 틀에 박힌 라스트 엔딩이 없어 좋았다. 용서도 이해받기도 원하지 않는 그저 보통의 엄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원하지 않는다. 죽기 직전 아들 동석을 위해 그가 좋아하던 된장찌개 한 그릇을 끓어 놓은 게 다였다. 인간에게 필요한 땅이 결국 한 평 남짓 누울 땅이라면 인간에게 필요한 정은 때때로 된장찌개 한 그릇이면 족할 수도 있겠다.

천륜과 모정이란 것도 때때로 가식이 되고 굴레가 되고 위선이 될 수 있다. 진하고 깊은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조차 진짜 엄마의 맨얼굴을 본 적이 있을까. 아니 보려고 노력조차 했을까. 엄마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엄마도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다는 사실. 엄마도 자식에게 이기적이고 모질 수 있다는 사실. 엄마도 멋진 남자랑 사랑하고 싶고 사랑의 도피라는 걸 하고 싶기도 했다는 사실. 그럴 수 있다는 사실. 무조건 외면한다고 부인한다고 거룩해지는 건 아니다. 자식들이란 부모에게 무조건 사랑받고 이해받으려만 하지 정작 부모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좁쌀 한 톨만치라도 있는가.

그래서인지 죽은 엄마의 시신을 붙잡고 펑펑 우는 아들 병헌, 아니 동석의 눈물이 너무 너무 공감되고 사랑스러웠다. 아들이 처음이고 마지막으로 엄마의 모진 삶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했던 게다.

상식을 깨고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 했던 가족 속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을 일깨운다. 역시 작가 노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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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2-07-06 11:03:23
아들을 키우면서 그녀 또한 살아남아야 하는 처절한 모성애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