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의 빈티지, 금년 꿀을 사라
꿀의 빈티지, 금년 꿀을 사라
  • 김승윤
  • 승인 2022.06.02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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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의 빈티지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몇 년 만에 푸르렀던 오월. 만발한 아카시 꽃에서 꿀벌들이 열심히 모은 아카시 꿀을 떴다.

 

 

 

 

 

날씨 덕인지 꿀의 농도, 맛, 빛깔 모두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원래 소규모 고정 양봉인데다 자연 숙성 꿀을 고집하다보니 수확량은 많지 않다. 수확한 꿀을 테이스팅 하면서 떠오른 것은 벌꿀도 포도주처럼 빈티지가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빈티지란 “포도주의 생산연도를 말하는 것이며, 매년 포도가 생산되려면 기후의 변화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비가 많이 오면 포도의 당도가 떨어지고 햇볕이 적으면 포도의 맛이 시고 거칠어진다. 특히 포도나무에 꽃이 피고 100일 간의 날씨가 포도의 품질을 좌우하며, 최상급 와인은 포도가 적게 열린 나무에서 기후가 적절했던 해에 생산된 포도로 빚은 것이라 할 수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꿀은 사실 포도주보다 더 날씨와 기후에 민감하다. 개화기에만 날씨가 좋으면 되는 것도 아니다. 그해 초봄이 추워서 냉해를 입으면 꽃이 피어도 꿀샘이 열리지 않는다. 또한 꿀샘이 열렸어도 유밀기에 비가 와버리면 벌들이 꿀을 따올 수 없다. 정말 하늘의 조건이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금년은 그런 조건이 기가 막히게 맞아 좋은 꿀을 내려주신 것이다. 그러나 금년은 전국 양봉 벌의 17%가 사라져 버렸던 아픔이 있었던 해이기도 하다.

그해 그해 하늘이 부여하는 날씨와 기후인 천(天), 밀원수가 많고 벌들이 생육하기 좋은 자연 환경인 지(地), 그리고 벌을 돌보는 사람의 노력과 기술인 인(人), 이 세 가지 조건이 잘 맞아야 액체 황금인 벌꿀이 생산된다. 좋은 꿀을 조금이나마 얻게 된 것에 대하여 하늘과 땅과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꿀을 뜨고 나서 농장을 둘러보니 다음 선수인 헛개나무와 밤나무에서 꽃대가 나오고 있다. 새로 옮긴 농장에는 15년쯤 전에 심은 헛개나무가 여러 그루 있어서 밤 꽃과 거의 동시에 피기 때문에 헛개-밤 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자랑이다. 금년 최고의 빈티지가 다음 차례인 헛개-밤 꿀에서도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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