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고 아름다운 벌들의 분업, 때로는 뒷 점프까지
위험하고 아름다운 벌들의 분업, 때로는 뒷 점프까지
  • 김승윤
  • 승인 2022.05.17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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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명상

요즘 벌통 앞에 쪼그리고 앉아 꿀을 따오는 벌들을 열심히 보고 있다. 쉴 새 없이 들락날락하는 그들을 보면 어느덧 빠져들게 된다. 조금 과장하면 벌과 하나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다. ‘벌 멍 때리기’라고나 할까? 그리고 오늘도 벌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것을 틱낫한 스님이라면 ‘벌 명상’이라고 부르고, 또 어떤 이들은 ‘벌 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벌들이 꿀을 물어올 때는 몸이 무거워서 착지 동작이 약간 둔하게 보인다.

벌들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세 그룹으로 나뉜다.

먼저, 외부에서 꿀을 날라 와 착지를 하고 소문으로 들어가는 그룹. 두 번째는 소문 앞을 지키고 있는 경비 벌과 수벌등 기어서 나가는 그룹, 세 번째는 소문 벽을 타고 올라가서 점프를 하고 공중으로 날아가는 그룹. 세 번째 그룹은 사실 첫 번째 그룹과 같은 벌들이다. 따온 꿀을 벌통 안의 내역봉(안에서 일하는 벌, 어린 벌)들에게 인계하고 다시 출격하는 외역봉(밖에서 일하는 벌, 어른 벌)들이다.

이제 소문 앞의 상황이 이해가 되고 그들이 하는 일이 제대로 보인다. 특히 공중으로 점프하는 벌들이 멋있게 보인다. 공수부대가 고공의 비행기 문에서 점프하는 듯, 수영 선수들이 물에 뛰어드는 듯 위험하고 아름답다. 그들은 어렵게 꿀을 따온 그룹과 부딪히지 않도록 벽을 타고 올라가 뒤로 점프를 하는 것이다. 이들의 존재도 양봉하는 친구에게서 배웠다.

이제 또 농장에 가서 벌통을 열고, 꿀 상황을 체크하고, 여왕벌들이 건재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 있다. 어제 보니 말벌의 갑작스런 침입으로 꽤 많은 벌들이 죽었다. 말벌 트랩도 설치해야겠다.

 

 

다시 피는 아까시 꽃

아까시 꽃(아카시아 꽃)이 다시 피고 있다. 남도 지역에서는 벌써 꿀향기가 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 농장 지역은 아직도 버선발이 채 나오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 앞산에는 이미 흰 빛깔이 번지고 미세한 향기마저 코끝에 스민다. 그 꽃이 해마다 피지만 번지는 속도는 이렇게 다르다. 벌지기들이 어렵게 키워낸 봄벌들의 윙윙 소리 드높다. 이제 오월의 하늘이 협조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 만든 기후변화. 삼년의 꿀 가뭄, 그리고 지난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 70억마리 벌들을 생각한다.

 

 

올해는 아카시 꽃이 피는 이 때, 날씨가 좋아서 여기저기 풍밀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나의 농장에는 꿀이 조금 더디 들어온다. 그래도 들어오니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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