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는 계절, 벌들의 일생 체험
집짓는 계절, 벌들의 일생 체험
  • 김승윤
  • 승인 2022.04.27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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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짓는 계절

유네스코 한국회관에 한국 최초 옥상생태정원 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 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총장보

 

 

 

산 벚꽃이 거의 지고 도토리나무 연둣빛 이파리와 꽃이 피고 있다.

 

소박미 산벚꽃
연두 실타래가 늘어진 듯  도토리나무꽃

 

벌집 조형물

벌을 돌보다가 따놓은 덧집들. 모양도 아름다운데다 꿀벌들이 바친 에너지가 아깝고, 또 밀랍과 육각형의 신비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이들을 어떻게 놓아야 멋지게 될까? 계란판을 버리려다 문득 한 생각이 스친다. 이것을 잘라서 진열해보자. 해 보니 뭐 볼만하다. 이렇게 벌집 오브제가 탄생되었다. 며칠 뒤 “꿀벌아 괜찮니?”라는 제목의 강의를 청탁받았는데, 청중의 반이 어린이라고 한다. 이놈들을 들고 가면 아이들이 좋아할지 모른다.

 

 

 

요즈음 벌통 안에서는 집짓기가 한창이다. 

그동안 봄벌 키우기로 새 식구들이 많이 태어나 건축기사(?)도 늘어났고 건축자재도 충분해졌기 때문이다.

벌집을 짓는 자재는 꿀이다. 꿀을 먹은 벌들이 배에 있는 밀랍 분비샘에서 밀랍조각들을 만들어내면 다른 벌들이 이 조각들로 집을 만든다. 이 작업은 모두 어린 벌들이 한다. 어린 벌들이 맨 처음 하는 일은 벌방에서 자라는 새끼들을 돌보는 일이다. 먹이를 주고 벌방의 뚜껑을 덮고 청소를 하고 태어난 지 약15일이 경과하면 벌집을 짓는다. 이후 벌집 입구에서 경비를 서다 23일이 경과하여 어른 벌이 되면 드디어 첫 먹이 채집 비행을 떠난다.

어제 벌통 내검을 하다가 커다란 덧집들을 발견했다. 가만 놔두면 거기에다 꿀도 저장하고 새끼도 기르게 될 것이다. 그러면 관리가 어렵기에 모두 떼어 내서 버린다. 대신 양봉가들은 소초라는 벌집기초를 넣어준다. 그러면 벌들은 여기에 금방 벌집을 지어서 새로운 벌집틀(소비)을 완성한다. 이틀 전에 넣어준 소초는 벌써 근사한 벌집이 되었다. 꿀도 가득 차있다.

 

 

꿀로 가득찬 소초

 

 

이처럼 어린 벌들이 자라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시간적 행동다형 현상”이라고 한다. 보모에서 청소부, 건축기사, 경비, 그리고 먹이채집으로 역할이 바뀐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람도 전통사회에서는 그러한 역할이 있었다. 전통사회를 경험했던 이들은 자라면서 동생들을 돌보았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집안 청소도 했고 부모님들 심부름도 했다. 다 자라면 드디어 아버지와 함께 일을 나가게 되었다. 벌 사회나 사람 사회나 비슷하였으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가정 내의 일까지도 모두 직업으로 분화했다.

오월 중순 아까시 꽃에서 꿀 수확을 많이 하려면 지금쯤 벌들이 많이 태어나야 한다. 태어나서 23일이 지나야 먹이채집 비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련한 양봉가들은 4월 초순이면 최대한 산란을 많이 받는다. 알에서 태어나는데 21일, 일하러 나가는데 23일 총 44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월에 날씨가 좋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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