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꿀은 얼마일까, 그 효능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꿀은 얼마일까, 그 효능은?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2.02.03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온 날 나의 벌들은 어떻게 지낼까? 벌 뭉쳐 있는데 센서를 넣은 온도계에 24.1도라고 표시된다. 내 방 만큼 따뜻하구나!  벌 깨우는 입춘이코앞에 다가왔다.

 

눈속의 벌통에도 따스함이 있다
눈속의 벌통속에도 입춘을 가까이한 따스함이 있다

 

 

현대에 와서 소위 과학적인 양봉에 의해 귀한 꿀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신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사이비 꿀의 범람 같은 문제 외에도, 꿀벌들의 경이로운 활동에 의해 자연에서 생산되는 진짜 꿀에 대한 신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파괴로 사라지는 벌들을 살리는 운동이 필요하지만, 벌들을 노예처럼 집단 사육하는 일이 그 방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의 비싼 명품 꿀에는 신비가 그대로 남아 있을까?

 

켄타우리꿀 1병, 3,240마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꿀은 터키 북쪽 2,500미터 고산지대의 동굴에서 생산된다는 켄타우리 꿀(Centauri Honey)이다. 그 값은 1킬로그램에 1만유료(약1,350만원)라고 한다. 우리 식으로 2.4킬로그램 한 병(되)이면 무려 3,240만원. 생산량이 매우 적고 그 채밀 방법은 비밀이다. 벌들은 고산지대 동굴 주변에 자생하는 수백 가지의 풀꽃에서 꿀을 따온다. 벌들이 저장한 꿀은 그들이 먹고 남긴 것을 일 년에 한번만 조금씩 채밀한다.

 

재료와 희소가치 마켓팅이 결합된 가장 비싼 꿀
재료와 희소가치 마켓팅이 결합된 가장 비싼 꿀

 

이 비싼 꿀은 빛깔이 거무스름하고 맛은 약간 쓰다고만 묘사되어 있다. 마그네슘, 칼륨,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항산화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건강에 무척 좋다고도 한다. 그 성분에 대해서는 터키 과학위원회의 전문가가 보증한다. 세계의 돈 많은 고객들로부터 미리 주문 받아 비밀스럽게 거래된다.

 

금가루가 든 것 같은 켄타우리 꿀

 

꿀병 라벨에 보면 “동굴 요정의 꿀”(Cave Nymph Honey)이라고 쓰여 있다. 동굴 요정은 꿀벌이다. 동굴은 이상향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 같은 곳에 백화가 만발하고 그 꽃에서 벌이라는 요정들이 모아서 만든 것, 즉, 이상향의 정화가 이 꿀이다. 이 꿀의 고객은 비록 이상향에 살지는 못하지만 그 이상향의 정화를 사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암을 고치는 약이 아니라 하더라도.

켄타우리 꿀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하지만 다음에 소개할 꿀들은 그렇게 터무니없지는 않을 것이다.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

뉴질랜드에 자생하는 마누카(Leptospermum scoparium)라는 관목의 꽃에서 나온 꿀인데, 그 항균효과 때문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황색포도상구균까지도 죽이는 살균 효과로 유명해졌고 특히 상처 치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이 꿀이 액체 황금이나 다름없다. 매년 이 꿀로 180백만달러(약2천억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하니 말이다. 그 항균력을 UMF(유니크 마누카 펙터)라는 지수 또는 항균물질인 메틸글리옥살 함량(MGO)으로 표시한다. UMF20 (MGO 829mg/kg 포함) 등급 마누카 꿀 1킬로그램은 520달러(약62만원)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이 항균 지수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UMF5~15(100~400MGO) 정도가 식용이고 15~20UMF(400~850MGO)는 피부 치료용으로 쓰이고 UMF25 이상(850MGO 이상)은 악성 상처 치료에 쓰인다.

 

마누카꽃
상처치유 효과높은 마누카꽃
약리작용 효능이 뛰어난 마누카꿀

 

호주에도 마누카 나무가 많아서 그 꿀을 생산하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만 항균력을 보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국 농산물을 보호하려는 뉴질랜드의 노력이 돋보인다.

 

 

미치광이 꿀(Mad honey)

히말라야 산지의 어떤 진달래속(rhododendron)의 꽃에는 그라야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이 있고 이 꽃에서 꿀벌들이 따온 꿀을 먹으면 환각, 지각이상, 행동 둔화, 저혈압, 구토 등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이 꿀을 미치광이 꿀이라 부른다. 이 독성 꿀을 양봉가들이 의도적으로 생산하여 파는데 그 가격은 무려 킬로그램당 700달러(84만원). 독도 쓰기에 따라 약이 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이 꿀을 찾는 인간들이 있는 것이다. 터키의 북부 지역에도 유사한 미치광이 꿀이 있는데, 델리발(Deli Bal)이라 부른다. 네팔이나 터키를 여행할 때 이 꿀을 우연히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의하시라!

 

 높은 독성에도 약이 되는 꿀

 

그러면 진달래속 꽃에서 나온 꿀은 모두 독성이 있는가? 아니다. 히말라야와 터키의 것 외에는 독이 없거나 독성이 있더라도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한다. 우리네 조상들이 진달래술까지 담가 먹었던 전통이 있었으니 우리 산천의 진달래나 철쭉에 독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과학적인 데이터를 찾지는 못했다.

 

 

아랍의 시드르 꿀

아랍지역에는 시드르(Sidr)라는 오래된 귀한 꿀이 있다. 코란에도 네 번이나 나온다는 이 꿀은 시드르 나무의 꽃에서 나오는 꿀이다. 시드로 나무는 로테(Lote), 엘브(Elb), 그리스도의 가시, 주주브(Jujube) 등으로 불리며 학명은 지지푸스 스피나 크리스티(Ziziphus spina-christi)이다. 주주브(Jujube)라는 명칭은 대추나무(Ziziphus jujuba)와의 근친관계를 암시한다. 아랍의 사막지대에 사는 대추나무를 닮은 오래되고 강인하며 귀한 나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또한 대추나무처럼 가시가 있어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만들었을 법 하기에 ‘그리스도의 가시’라는 별칭도 이해가 간다. 이 나무는 최초의 인간 아담이 그 열매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오래된 나무이고 코란에도 언급된 신성한 나무이다. 또한 가뭄과 홍수에도 버티는 강인한 나무이며 나무의 거의 모든 부분이 약용으로 쓰인다.

 

약용으로 쓰이는 시드르 나무
시드르꿀
항균력이 높은 시드르꿀

 

시드르 꿀은 마누카 꿀 못지않게 항균력이 있는데, 이 꿀을 소개하는 사이트에서는 마누카 꿀과 항균력을 비교해 놓은 표까지 제시되어 있었다. 효능으로 언급된 것을 보면 간질환, 소화기 질환, 변비, 눈 질환, 호흡기 질환, 상처 감염, 화상 등의 치료, 산후 회복 등이 있다. 진하고 맛도 좋은 이 꿀도 마누카 꿀만큼 비싸게 팔리는 액체 황금이다. 특히 예멘 동쪽 하드라마우트 사막(Hadramaout desert)의 도안 계곡(Do’an Valley)에서 나오는 꿀이 유명하다.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예멘에서는 이 귀한 꿀을 생산하기 위해 양봉가들이 목숨을 걸고 있다. 국내 유명 백화점에 사우디아라비아산 시드르 벌꿀이 들어왔다는 기사도 있어 가격을 보니 1킬로그램에 약 200달러(24만원) 정도였다.

세계의 명품 꿀'은 너무 달달한 이야기는 아니다. 명품 약꿀은 쓴맛이 더 강하니까.

Copyright ⓒ 글로벌환경신문 & Econew.co.kr 제휴안내구독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