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벌시대, 서양벌과 토종별 차이도 알자
반려벌시대, 서양벌과 토종별 차이도 알자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12.13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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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떼 양벌들, 심심산골 풀꽃들 꿀까지 다 따갈 수 없대요

 

                                                            서양꿀벌과 토종벌(재래꿀벌) 1

 

 

 

 

 

얼마 전에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김동완)이 반려동물로 벌을 기르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영상에 나타난 벌이 흔한 양봉벌(서양꿀벌)이 아닌 토종벌이어서 벌쟁이가 다 된 나로서도 상당히 놀랍게 느껴졌다. 서양벌에 치어 존재감이 없던 토종벌이 반려벌로 신분상승한 것인가.

 

 

 

서양꿀벌은 토종벌보다 꿀 수집능력이 탁월한 데다 근대적인 양봉기술과 함께 보급되어 세계를 제패했다. 구한말(1917년경) 우리나라에 도입된 서양꿀벌은 우리 토종벌(한봉)을 거의 대체하였다. 우리나라 전체 꿀 생산량 중 토종벌이 생산하는 꿀은 1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토종벌은 서양꿀벌에 밀려났는데, 마치 아메리카 인디언이 백인에게 밀려난 것과 흡사하다. 그 원통한 상황을 묘사한 김용택 시인의 “토종벌”이라는 시가 있었다.

 

우리집엔 한봉 서너통이 있는디요

아시다시피 언제부턴가

싸가지 없는 양벌들이 와설라무네

꿀도적질을 해가요

.......

지까지 것들이

아무리 도적질 혀가도

......

저 심심산골 풀꽃들 꿀까지

다 따갈 수 없대요

.....

토종벌은 한중일 삼국 및 동남아에서 자생하는 동양종 꿀벌(아피스 세라나)로서 서양종(아피스 멜리페라)과 마찬가지로 오랜 양봉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전략가 범려의 저술 중에 양봉술에 관한 부분이 있다고 하고,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에 양봉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서기에 백제 태자 여풍(의자왕의 아들)이 일본에 꿀벌을 가져와 길렀다는 기록이 있어 백제에 양봉문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양봉술에 대한 본격적인 기록은 조선 숙종 때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나온다.

 

전통양봉
전통양봉

 

서양꿀벌은 토종벌에 비하여 몸집이 더 크고 더 부지런하며 집단 사육을 하여도 잘 생존한다. 반면 토종벌은 야생성이 있어 양봉을 하더라도 벌통 간격을 멀리 띄어야 하고 환경이 안 맞으면 집을 나가버리는 습성이 있다. 꿀을 빠는 주둥이의 길이가 서양종보다 짧아서 아까시꽃처럼 꿀샘이 깊은 꽃에서는 꿀을 거의 딸 수 없다. 한편 작은 꽃들이 뭉쳐있는 밤꽃이나 헛개나무꽃에서는 꿀은 잘 따온다고 한다.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심심산골 풀꽃들에서 소량의 꿀을 따기에는 더 적합할 수 있다.

 

 
반려벌 돌보는 필자
'벌' 공부로 바쁘다, 반려벌 돌보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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