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맛있는 꿀담, 양봉의 역사
초겨울 맛있는 꿀담, 양봉의 역사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12.12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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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꿀벌의 세계화

                                                                     

                                                                          

 

 

 

 

 

어제가 대설이었지만 아직 날이 따듯하다. 나의 꿀벌들은 따뜻한 햇볕의 유혹을 못 이기고 밖으로 나와 소득 없이 놀다가 들어간다. 많이 한가해진 이때, 꿀벌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서양꿀벌은 보통 양봉(洋蜂) 벌이라고도 하고 학명은 아피스 멜리페라(Apis mellifera, ‘꿀을 나르는 벌’이라는 뜻)이다. 반면 우리나라 전통 벌은 한봉(韓蜂) 또는 토종벌, 재래꿀벌이라고 하고 종명은 아시아 꿀벌, 학명은 아피스 세(케)라나(Apis cerana)이다.

 

 

 

 

아시아 꿀벌은 이름대로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서양꿀벌은 아프리카가 원산이고 유럽에 자생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남극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륙에 분포한다. 꽃이 피는 곳이면 시베리아 초원에서도 산다. 원래 세계 곳곳에 살았던 것이 아니라 서양인들이 대항해와 서세동점 시대에 이 벌들을 퍼뜨린 것이다. 서양꿀벌은 말 그대로 세계를 제패했다.

서양꿀벌은 엄청난 적응력과 생산성(수밀력) 때문에 집단 사육을 했고, 서양인들이 식민지를 개척할 때 포도나무를 심고 양조기술을 전파했듯이 벌과 양봉기술도 전파했다. 거기에는 양식 확보만이 아닌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다. 기독교 제의를 위해 포도주가 필요했고, 양초 밀랍을 위해서 벌이 필요했던 것이다. 수도원에서 양조와 양봉을 많이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우리가 잘 아는 유전학자 멘델도 수도사였고 양봉도 했다. 우리나라에 서양꿀벌이 들어온 것도 왜관 성 베네딕도(분도) 수도원의 독일인 신부(구걸근)에 의해서였다. 이 이야기는 따로 다룰 예정이다.

 

수도사들의 양봉 전파

 

지구상의 벌은 약 2만 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집단은 단독생활벌이고 500~600종은 무침벌, 약250종이 뒤영벌이며 꿀벌은 7종에 불과하다. 사람이 기를 수 있는 꿀벌은 서양꿀벌과 아시아 꿀벌 두 가지뿐이다. 우리 재래꿀벌인 아시아 꿀벌도 생산력은 좀 떨어지고 야생성이 강하지만 서양꿀벌만큼 오랜 양봉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밖에 야생으로만 남아 있는 꿀벌은 모두 아시아지역에 산다. 그 중 히말라야 지역과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는 자이언트 꿀벌(아피스 도르사타, Apis dorsata)이 유명하다. 특히, 자이언트 꿀벌은 밀림지역의 높은 나무나 바위 절벽에 집을 짓는데, 목숨을 건 꿀 사냥꾼들의 기록영상(예를 들면 ‘극한직업’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신대륙(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지역에는 원래 꿀벌이 자생하지 않았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백인들과 함께 들어온 서양꿀벌을 ‘백인의 파리’라 불렀다. 그들에게 꿀벌은 불청객인 백인과의 전쟁을 예고하는 불길한 곤충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원래 꿀을 무침벌(침이 없는 벌)에서 채취했는데 지금도 무침벌에서 딴 꿀은 매우 비싸다고 한다. 서구화 과정을 통해서 신세계 와인이 세계 와인시장의 많은 부분을 점유하였듯이 신세계 국가들(미국, 호주 등)은 양봉과 꿀 생산 대국이 되었다.

 

신대륙에 전파된 양봉기술

 

참고자료

*김승윤 역 『벌: 그생태와 문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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