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과학과 사유의 차이는 갈대라는 시에서 확연히 들어난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바람에 의해 운동성을 길러 주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시인의 식물관은 어떨까?
우리가 인지하는 과학과 정반대로 스스로 사유하고 고통을 치유하는 동적 존재다
신경림은 식물의 사유의 힘을 통해 인간과 교감하는 접점을 잘 표현하는 큰 시인이다.
신경림은 시의 영감이 생활 속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의 시 ‘다시 느티나무가’ 를 읽다 보면 시인의 언어는 마치 지혜의 샘물처럼 우리 삶의 무게를 덜어 주고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을,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나이가 들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잊었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재발견하게 되는 감성을 지닌 신경림, 늙어감 자체에 대한 긍정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면 우리 삶에 대한 성찰과 덤으로 큰 위로까지 받게 되니 말이다, 나이 듦에 대해, 잘 늙어가는 것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