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잎이 내뿜는 신비의 감로꿀, 한여름 숲의 선물
 푸른잎이 내뿜는 신비의 감로꿀, 한여름 숲의 선물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08.17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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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로꿀: 한여름 꽃 없는 숲이 주는 선물

 

                                                           

벌지기로 꿀문화 보급과 꿀벌 생태문화 조성에 앞장서는 박사농부,

그의 글에는 늘 깊은 사색과 영혼을 움직이는 일갈이 동시에.

 

 

푸른잎이 만든 감로꿀

타는 듯하던 폭염이 이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입추(8월 7일)와 말복(8월 11일)을 넘었고 23일이면 처서이다. 이른 아침 농장에는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이 한여름 꽃 없는 숲이 벌지기들에게 내리는 하나의 선물이 있으니, 그것이 감로꿀이다. 밤꽃이 지고나면 꿀을 내어주는 꽃이 거의 없다. 여름 숲은 폭염 속에서 푸른 잎들만 일렁대는데, 이 푸른 잎들이 꿀같이 달고 진득한 감로(甘露)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이 감로를 꿀벌들이 모아 숙성시킨 것이 감로꿀! 무더위 속에서 이 귀한 꿀을 따는 일은 벌지기들의 몫이다. 감로와 감로꿀에 대한 자료들을 뒤져보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푸른잎이 뿜어내는 진한 분비물이 감로
푸른잎이 뿜어내는 진한 분비물이 감로

 

 

감로의 기원과 의미

감로꿀(甘露꿀)은 영어로 허니듀 허니(honeydew honey)라 한다. 허니듀(honeydew)는 꿀처럼 단 이슬이니 동양의 감로와 서양의 허니듀는 의미가 똑같다. 감로(honeydew)란 식물이 더울 때 잎사귀나 줄기에서 분비하는 달고 끈끈한 액체인데, 자체적으로 분비하거나 진딧물 같은 벌레들이 수액을 빨아서 분비하기도 한다. 감로는 동서양 고전에 등장한다. 노자 도덕경(32장)에는 “하늘과 땅이 서로 화합하여 감로(甘露)가 내린다(天地相合 以降甘露)”라고 하였고 예기(禮記)에서는 “하늘에서는 단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단물이 솟아난다(天降甘露 地出醴泉)”는 말이 있다. 감로는 도가, 유가에서 태평성대의 상서로운 표징이었다. 불교에서 감로는 원래 산스크리트어 ‘아므리타(amṛta)’를 한역한 것인데, 불사의 약을 말한다. 감로는 다시 부처의 가르침(말씀)을 의미하게 되었고, 불화의 감로도는 부처가 중생을 구제하여 극락으로 인도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16장)에는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를 가로지르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신이 내려 준 신비로운 양식, 만나(manna) 이야기가 나온다. ‘새벽에 서리처럼 잔 알갱이로 내렸다가 해가 뜨면 녹아버렸다’고도 하고, ‘고수씨앗처럼 하얗고 그 맛은 꿀 섞은 과자 같았다’라고 묘사된 이 음식이 나중에 과학자들에 의해 감로임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수천 년 된 감로의 문화에 오늘날 우리가 다시 꿀벌을 통해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비롭다.

 

 

푸른잎이 꽃보다 더 고급 꿀 재료, 인체 유익 성분 더 많아

2년 전 여름 우연히 땄던 꿀이 감로꿀이라 해서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준비를 하였건만 감로꿀이 펑펑 쏟아지지는 않았다. 더위를 피하려 아침 일찍 시작한 채밀 작업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햇볕 쨍쨍한 2시경에야 겨우 끝났는데, 적은 양이라도 내려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벌들이 잎에서 채취한 감로를 모아둔다

 

 

감로꿀은 일반 꽃꿀보다 당분이 적어서 벌들의 식량으로도 적합하지 않고 온갖 병해충이 심해지는 때라 방제를 하지 않고 꿀을 따려다가 봉군을 망칠 수 있어 양봉가들에게 달가운 꿀이 아니었다. 그러나 감로꿀에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건강을 위해 당도가 낮은 것을 오히려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 감로꿀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감로꿀, 당뇨환자에게도 좋아

감로꿀에는 일반 꿀보다 몇 배나 많은 항산화 물질들이 함유되어 있고, 과당․포도당 등 단당류가 적은 대신 다당류인 올리고당도 있어 구수한 맛이 나면서 혈당을 상승시키지 않아 당뇨환자에게도 좋다고 한다. 빛깔은 밤꿀과 비슷한 갈색인데, 항산화 물질인 탄닌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최근에 “한국인의 밥상”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감로꿀이 소개되었고 또한 외국의 유명 감로꿀 수입도 많아져서 감로꿀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기후변화가 봄철 꿀 수확을 망치고 있지만, 그로 인한 여름철 폭염이 감로꿀 생산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다.

 

 

감로수 먹고 여름나기

감로꿀을 음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꿀을 너무 달지 않을 만큼 생수에 섞어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틈틈이 한잔씩 마시는 방법이 좋다. 황금색 화이트 와인 같기도 한 이 꿀물을 마셔보면 뭔가 그리운 듯 구수한 시원함이 온몸에 스며드는 것 같다. 신비의 감로수가 이런 맛일까.

 

감로수로 여름나기
신비의 감로수로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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