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숲속에 흰 꽃이 피는 이유
오월의 숲속에 흰 꽃이 피는 이유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05.10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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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의 숲속에 흰 꽃이 피는 이유

 

 

 

 

꽃색깔의 생태학적 이유

나날이 달라지는 아카시 꽃 상태를 관찰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피어버린 백장미색 쪽동백 꽃을 발견하고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기쁨이 솟는다. 모습은 일품이지만 향기가 없다. 그러나 노란 꽃술은 이미 털보 벌들을 유혹했다. 벌써 핀 산사나무 꽃, 그리고 막 피어나는 찔레 꽃, 모두들 하얀색이다. 작년 이맘때, ‘오월의 친구는 희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지만 오월의 숲속에 흰 꽃이 유난히 많은 것은 뭔가 생태학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검색을 해 보았다. 이유는 두 가지가 나온다.

 

아카시아 꽃
향기에 맛에 매료되는 아카시아 꽃

 

 

첫째 이유는 신록이 점점 짙어 가는 숲속에서 흰색이 가장 눈에 잘 띈다는 것이다. 마치 글자 디자인을 할 때, 녹색의 바탕이 정해져 있다면 글자를 흰색 역상으로 디자인 하는 편이 잘 보이는 것과 같다. 산과 들이 황량할 때 피는 꽃들은 산수유, 벚꽃, 진달래, 개나리, 철쭉처럼 화사한 색상이 필요하지만 바탕이 강해진 지금은 그냥 흰색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리라.

 

 

'산에서 자라는 아침의 나무' 산사나무꽃

 

생존전략과 꽃색깔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를 부정하면서 출발한다.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이유는 화분매개 곤충들을 유혹하기 위함인데, 벌 같은 곤충은 흰색을 특별히 인식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오월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많이 피기에 꽃의 색을 넘어서 각자 독특한 생존 전략을 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카시는 많은 꿀을, 쥐똥나무는 강한 향기를, 찔레꽃은 맛있는 화분을 준비한다. 이렇게 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나무들은 꽃의 색소를 만드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그냥 흰 꽃으로 둔다는 가설이다. 그럴듯하다.

 

줄기에 잔가시, 소박하게 예쁜 찔레꽃

 

 

식물에서 배우는 공존의 지혜

화분매개 곤충들이 색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명도의 차이는 인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흰색이 녹음의 푸른 색 속에서 더 잘 보일 것이다. 그리고 오월에는 그들이 현란한 색소 전략을 안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역시 1번의 이유가 타당함을 암시한다. 두 가지 이유는 다 맞다. 결국 조화(harmony)와 경제(economy)이다. 그런데 경제학은 사실 생태학(ecology)과 어원이 같다.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 > eco)는 집을 뜻했다. 경제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연구하는 학문에서 시작했고, 생태학은 더 넓게 확장된 집, 즉 지구의 구성원들인 생물들의 살림살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람도 지구의 구성원이기에 사실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꼼짝 못하는 인간의 행태를 보면 경제학은 생태학을 배워야 한다는 깨달음이 든다.

 

흰색은 조화와 지혜의 색

오월의 흰 꽃에서 나는 궁극적으로 조화(harmony)를 배운다. 조화는 아름답다. 사람들의 모험 정신을 나무라기 어렵지만, 자기들만의 서식처가 있는 미생물들을 건드려 전 세계인들을 그들의 밥으로 만드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벌집을 건드린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공존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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