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철에 생각나는 크림꿀의 신비
벚꽃철에 생각나는 크림꿀의 신비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03.28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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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 이야기1: 벚꽃 꿀, 결정화 된 꿀

 

철학하는 농부
 

 

 

올해는 100년 만에 가장 일찍 서울에 벚꽃이 피었다고 한다.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의 표준목인 왕벚꽃나무에 24일 꽃이 피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벚꽃 철이 시작된 것이다. 이맘때 벌지기들의 마음이 설레는 것은 벚꽃 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벚꿀은 사람이 심은 왕벚나무에서가 아니라, 하나하나 보면 볼품없는 야산의 산벚나무 군락에서 나온다. 중부지방 기준 4월 중순경 산벚나무꽃이 만발할 때 아직은 세력이 약한 봄벌들로 벚꿀을 따려고 시도하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다. 작년에도 꽃이 피자 금방 비가 내려 딱 한 병(1되) 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러니 벚꿀은 그 향과 맛이 일품이지만 남에게 팔 것이 없다.

 

산벚나무. 위키백과
산벚나무. 위키백과

 

 

최근 베란다 수납장을 정리하다 작년에 딴 벚꿀이 든 작은 병을 발견했다. 아까워서 넣어두고 잊어버린 것이다. 약간 추운 곳이었던지라 결정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이 결정화된 꿀을 보면서 그동안 미루어 둔 꿀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 보따리가 잘 풀리려나.

 

 

 

어떤 꿀이든 오래두거나 추운 곳에 두면 결정화가 이루어진다. 알갱이가 보이면서 굳어지는 현상이다. 이 모양이 설탕 알갱이를 연상시켜 가짜 꿀이 그렇게 된다는 속설이 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다. 꿀의 당분은 설탕(이당류)과 다른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포도당 비율이 높은 꿀이 잘 굳어진다고 한다. 또한 꿀에 섞여 있는 화분(꽃가루) 성분도 결정화를 촉진한다고 한다. 밀원에 따라 당분의 구성비가 다른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아까시 꿀은 잘 굳어지지 않고, 귀한 벚꿀이나 피나무꿀은 잘 굳어진다. 유채꿀도 잘 굳어진다고 들었다. 설탕을 줘서 딴 사양꿀은 잘 굳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굳어지는 꿀이 오히려 진짜 꿀, 귀한 꿀일 가능성이 높다.

 

결정화된 꿀
결정화된 꿀

 

 

원래 꿀은 흘러내리면서 잘 끊어지지 않고 끈적거리기 때문에 먹기가 불편한 점이 있다. 그런데 적당히 굳어진 꿀은 스푼으로 퍼서 빵 같은 데 발라먹기도 좋고 흘러내리지 않아 편하다. 그리고 그 굳어진 흰색이 아름답다. 너무 굳어버린 꿀은 약45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병째 중탕하여 부드럽게 녹일 수 있다. 너무 가온하면 진짜 꿀에 들어 있는 좋은 성분(효소, 비타민 등)이 파괴될 수 있다.

이 굳어지는 성질을 이용하여 크림꿀을 만든다. 꿀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발달한 서양에서는 이미 일반화 되어 있는 크림꿀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상품으로 개발되어 나오고 있다. 내 고향 장흥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블루베리 같은 과일 분말을 첨가한 크림꿀을 개발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꿀 문화가 성숙되는 것인가.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에 열심히 번식을 거듭하고 있는 벌들을 바라보며, 벚꽃 크림꿀이 은은한 향기와 함께 입에서 사르륵 녹는 꿈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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