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레피와 동백을 그리며
사스레피와 동백을 그리며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02.26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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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스레피, 동백이 피면

 

 

 

 

 

우수(2월18일)가 지나자 설날 뒤의 맹추위는 어디 갔는지 모르게 포근한 봄 날씨가 되었다. 그동안 벌을 깨우고(2월 11일) 어제(20일)는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농장의 웅덩이엔 두 종류의 개구리알과 도롱뇽알이 떠있다.

 

 

 

이곳은 산수유 꽃봉오리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꽃소식이 없다. 그러나 따뜻한 남도에는 진작 매화꽃의 화신이 있었다. 나의 고향은 남도, 정남진 장흥이다. 마음은 절로 남도로 향한다.

벌쟁이들에게 진정한 남도 꽃소식은 사스레피와 동백이다. 중부지방에서 벌을 키우는 도사급 꾼들은 일찌감치 여수, 고흥, 장흥 등 바다가 가까운 남도로 내려가 봄벌을 키운다. 이는 따듯한 날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봄벌들이 뒤집어지도록 좋아하는 사스레피와 동백이 피기 때문이다.

 

사스레피

사스레피 나무는 벌을 키우고서야 알게 되었다. 아니, 그 나무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나무였으나 이름을 몰랐고, 꿀이 그렇게 나오는 지도 몰랐다. 가스레기라고도 한다는 이 나무는 이름도 무척 신비하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차나무과의 상록활엽관목이고 남도의 해안가 지역에 자라며 가을에는 까만 열매가 맺는다는 설명만으로는 실체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나뭇가지(잎이 달린)를 화환이나 꽃다발을 만들 때 배경으로 쓴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어렸을 적 우리 동네 뒷산에도 많았던 그 나무가 바로 사스레피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초봄에 산에 갈 일이 없어서였던지 그 꽃에 대한 기억은 없으나 사진으로 보니 수없이 뭉쳐 피는 작은 꽃들에 꿀이 정말 많이 들어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이 꽃들에서는 별로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고 하는데 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꽃들을 보기 위해 당장이라도 고향에 내려가고픈 생각이 든다.

꽃말: “당신은 소중합니다.”

 

사스레피

 

사스레피

 

 

동백

어릴 적 빨간 꽃잎 가운데 노란 꽃술이 들어있는 동백꽃을 따서 단물을 빨아먹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겨울잠에서 갓 깬 벌들이 그 꽃꿀에 환장하지 않겠는가. 이 동백꽃은 내 고향 앞산 뒷산에 다 흔했고, 날마다 그 장엄한 자태를 보며 자랐던 장흥군 관산읍의 천관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다. 초등 시절 그곳에 소풍을 간 적이 있다. 벌써 50여년 세월이 흘러버렸지만 그곳을 우리는 동백 골창(골짜기)이라 불렀고 끝없이 펼쳐져 있던 동백나무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0년생에서 200년생 동백나무 2만여 그루가 자생하는 이 숲은 면적이 약20헥타르이고 예전에는 농부들의 땔감으로 썼다는데, 이제는 그 가치가 인정되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 동백 골짜기에도 가보고싶구나.

꽃말: “신중, 허세 부리지 않음, 진실한 사랑, 청렴, 절조, 겸손한 마음,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동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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