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이해, 참농부와 인격도야로 가는 길
'철'의 이해, 참농부와 인격도야로 가는 길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01.3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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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을 안다는 것

 

우리 시대 지식인 농부, 김승윤을 알다
        우리 시대 지식인 농부, 철학자 김승윤을 알다

 

 

오늘은 24절기의 마지막인 대한(大寒).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말이 사실인 듯 오늘 오후는 모처럼 추위가 가시고 햇볕도 따사롭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황경 300도에 위치하는 절기이다. 24절기는 황경 매15도 마다 지정되어 있고 약15일 간격이며 입춘에서 시작하여 대한으로 끝난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는 차갑게 빛나지만 호수로 들어오는 물골에는 오리들이 놀고 있다. 농장에는 아직 눈이 덮여 있어도 작년 시월에 파종한 헤어리비치 어린 싹들이 푸른 빛을 띠고 있다.

 

한겨울 푸른 빛을 띤 헤어리베치 어린 싹들, 인고를 배우다
한겨울 푸른 빛을 띤 헤어리베치 어린 싹들, 인고를 배우다

 

 

농부의 필수 지식, '철에 대한 이해와 준비'

2주 후면 24절기의 새해인 입춘(立春)이 온다. 겨울방학이 끝나가는 구나.

24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정한 것으로 조상들은 이를 통해 농사에 필요한 큰 틀의 변화를 읽었다. 보다 미세한 변화는 음력을 통해 알았다. 바닷물까지 들고나게 만드는 달의 엄청난 힘이 농사에 미치는 영향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파종은 보름 전에 하고 수확은 그믐 전에 한다.”는 속담을 요즘 새로 알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달의 인력과 지하수에 관련된 과학이 숨어 있다. 보름에는 지하수가 지표면으로 쉽게 올라와 발아가 잘되고 그믐에는 수분이 적어 수확한 열매가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태양과 달의 변화를 농사에 적용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더 나아가서 지혜로운 농부는 벌레와 새들의 생태를 이용하고 작물과 잡초들의 상생상극 원리도 활용한다. 인간과 자연이 땅에서 순환하는 원리를 잘 따르면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하다. 농사에는 수많은 과학이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상생의 지혜와 철학이 필요하다.

 

눈속에도 먹이활동을 하는 오리들의 한가로운 풍경

 

 

'철'을 아는 사람, 인격도야의 완성

어쭙잖은 농사를 몇 년째 지으면서 가장 민감해진 것이 사시사철의 변화이다. 계절에 대한 감각이 산업사회에서 농경사회로 회귀했다고 할까 혹은 계절 감수성이 조금 높아졌다고 할까. 철이라는 말은 원래 계절 자체를 가리켰으나 수많은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지식과 지혜로 그 뜻이 확장되었다. 우리말에는 철이라는 말이 들어간 표현이 유독 많다. “철이 든다, 철을 안다, 철이 난다, 철을 모른다, 철부지, 철들자 망령”에 이르기까지. 그 연유는 우리네 조상들이 기본적으로 농사를 통해서 지혜를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철을 알아야 하고 철의 순환에 동참한 어느 정도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철이 드는 길은 여전히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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