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의 변신, 밀랍초의 감동
꿀의 변신, 밀랍초의 감동
  • 김승윤 기자
  • 승인 2021.01.3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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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한에 밀랍초를 만들다

 

 

 

 

양력 1월에 처음 맞아하는 절기는 소한이다. 올해는 1월 5일이 소한. 가장 춥다는 소한지절에 걸맞게 이번 주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예보되어 있다. 어젯밤에는 대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된 모양이다. 1월 20일이 대한, 달력을 한 장 넘기면 2월 3일이 입춘, 18일이 우수이다. 밖은 가장 춥지만 겨울의 한가로움이 슬슬 끝나가는 모양이다.

농한기의 게으름을 추스리려 바쁜 시절에 모아두었던 밀랍 찌꺼기들을 농장에서 가져다 밀랍초를 만들기로 했다. 뭐든 만들려면 도구들이 필요하다. 이른바 장비 빨이 있어야 좋은 물건이 만들어진다. 사실 몇 주 전부터 밀랍초 모양을 잡을 플라스틱 몰드와 심지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하였고, 밀랍을 녹일 헌 냄비들을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서 주어다가 준비를 마쳤다. 2년 전에 첫 시도를 할 때보다 많이 갖춘 셈이다.

드디어 밀랍을 녹이고 거르고 틀에 부어 식히고 굳히고 빼고 했더니 몇 개의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그런대로 볼만하다. 특히 천연 밀랍의 오묘한 빛깔은 뭔가 빠져드는 감동이 있다.

밀랍(Beeswax)은 벌들이 집을 짓기 위해 몸에서 분비하는 유기 물질인데, 그 원료는 꽃꿀이다. 꿀벌들이 밀랍 1킬로그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4~6킬로그램의 꿀이 필요하다고 한다. 유밀기가 한창일 때 벌들이 밀랍을 만들어 무서운 속도로 집을 짓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밀랍은 꿀에서 나왔으나 꿀과는 전혀 다른 물질이며 인간 문화의 한 부분을 이루었다. 기원전부터 양초의 원료였고, 종교의식에 많이 쓰였기 때문에 중세의 수도원에서는 양봉이 성행했다. 전통적으로 방부제, 방수제, 절연제, 방향제, 안료 등으로 두루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도 화장품, 전기제품 등 공업용으로 수많은 쓰임새가 있다고 한다. 어렸을 적 연 줄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밀랍 덩어리에 끼워 문질렀던 기억이 새롭다.

 

 

19세기 초에 양초의 원료가 값싼 파라핀으로 대체되어 이제 밀랍초는 귀한 고급품이 되었다. 천연 밀랍초를 켜놓으면 나오는 은은한 꿀 향기가 심신을 안정시키고 프로폴리스 성분이 공기를 정화시켜 건강에 좋다고 한다. 양봉을 하면 저절로 밀랍찌꺼기들이 쌓이게 되는데 버리지 말고 밀랍 덩어리를 만들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밀랍을 녹이고 추출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또 하나 밀랍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씰링스탬프(봉인 도장)이다. 이는 밀랍을 이용하여 편지 등을 봉하는 것이다. 헤리포터나 왕좌의 게임 같은 서양 드라마에서 나오는데 멋져 보였다. 중세의 귀족들이 자신의 가문을 과시하면서 편지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밀랍을 녹여 봉하고 독특한 문양의 도장을 찍었던 것인데, 요즈음 고급스러운 포장 방법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생산한 고급(?) 자연숙성 꿀을 포장할 때 한번 써봄직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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