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리스ㆍ초록목걸이 그리움의 상징, 청미래덩굴
빨간리스ㆍ초록목걸이 그리움의 상징, 청미래덩굴
  • 꽃소리 기자
  • 승인 2020.12.18 03: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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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미래 덩굴

 

                                                                                         꽃소리(정원디자이너)*

 

청미래 덩굴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으리라. 나도 시골에 내려와 주위 나무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알게 된 이름이다. 하지만 이 나무를 보면 대부분 “아, 이 나무~”라고 할 만큼 우리 산에 꽤 흔한 나무다. 난 여태 이 나무 이름이 망개나무인 줄 알았었는데 여기저기 찾아보니 정식 이름은 청미래 덩굴이고 망개나무는 따로 있단다. ‘청미래 덩굴’ 참으로 예쁜 이름이지 않은가? 이제라도 쓸쓸한 망개나무가 아닌 청미래 덩굴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러줄 수 있어서 내겐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청미래 덩굴도 가느다란 덩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기 보단 찔레처럼 가지를 가닥가닥 아래로 둥그렇고 아담하게 늘어뜨린다.

 

 
가을산에서 본 다소곳한 청미래
가을산에서 본 다소곳한 청미래

 

 

수련 잎처럼 동글동글한 잎사귀가 반짝거리는 봄 여름 가을도 예쁘지만, 잎 다 떨군 뒤 앙상한 가지 군데군데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겨울 또한 예쁘다. 펑펑 눈 내리는 날이면 하얀 눈 속에서 반짝거리는 그 빨간 구슬이 보고 싶어 가시덩굴 헤치는 수고를 마다않고 산비탈을 오르기도 한다.

 

 
외로운 겨울산에서 만난 청미래, 빨간 구슬이 참 예쁘다!
외로운 겨울산에서 만난 청미래, 빨간 구슬이 참 예쁘다!

 

 

사실 이 청미래 덩굴은 내가 기억하는 나무 중 가장 먼 유년시절의 추억이 담긴 나무다. 그런데 그 추억은 쓸쓸하기 그지없어서 이 나무를 보고 나면 아직도 아리한 가슴으로 진한 에소프레소 커피 한 잔 마셔야 한다.

난 유년시절을 외할머니와 미혼의 이모가 농사짓던 외가에서 보냈다. 외할머니와 이모의 한없는 사랑이 있었지만, 어디 부모형제 따뜻한 집만 했으랴. 그땐 그저 심심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심심함은 정말 뼛속까지 스며드는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그 마을에 내 또래는 정말 한 명도 없었다. 이른 아침 아이들은 모두 십리나 떨어진 학교로, 어른들은 논밭으로 나가고 나면 나 혼자 남는다. 그 텅 빈 시골마을에서 대여섯 살 아이가 도대체 어떻게 시간을 보낸단 말인가? 외할머니와 이모를 따라 나간 논둑 밭둑에 아기 염소 마냥 앉아 있는 것도 심심해 못할 노릇. 그래서 궁리 끝에 난 산으로 올라갔다. 물론 그 산은 동네 언니 오빠들을 따라 올라 다녔던 아주 익숙한 산.

 

청미래 목걸이 만들며 그리움 달래던 시절 생각나

저 아래 논밭에서 일하는 외할머니와 이모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 쯤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본격적인 혼자놀이에 돌입. 진달래꽃, 찔레 순, 솔방울... 산엔 의외로 놀잇감이 많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망개나무 열매. 겨울의 빨간 열매가 아닌 덜 익은 초록 열매. 그 열매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 수 있었다. 망개나무 초록 열매가 열린 땐, 한 소쿠리 씩 따와 수없이 목걸이를 만들어 벽에 걸어놓고 엄마 오기를 기다렸다. 언니, 동생 주겠다고. 그러나 정작 엄마가 왔다 갈 때쯤엔, 따라 가겠다는 나와 두고 가야하는 엄마의 눈물범벅 전쟁으로 망개 목걸이는 늘 뒷전.

 

내가 사랑하는 빨간 청미래 리스

이젠 그 쓸쓸했던 초록 망개 목걸이가 아닌, 화사하고 빨간 청미래 덩굴 리스이건만, 이 나무를 볼 때마다 내 맘은 아직도 유년의 그 산등성이를 오르내린다. 도대체 그 아잇적 외로움 덩이는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과연 잊혀지기는 할까?(산청 별총총 마을에서)

 

창에 걸린 청미래 리스가 정겹다!
현관문에 걸린 청미래 리스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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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환경신문 2020-12-09 14:56:48
꽃소리씨의 외가는 진하 해수욕장 부근, 지금은 개발로 사라졌다

글로벌환경신문 2020-12-09 12:33:20
꽃소리씨는 교육자이자 귀농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