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색, 벌들이 좋아할까
내가 좋아하는 색, 벌들이 좋아할까
  • 글로벌환경신문
  • 승인 2020.12.1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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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며 한가로움을 느낀다. 농한기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에 손을 댄다. 벌을 늘리려고 준비했던 벌통, 벌들을 축소하면서 남은 벌통들을 손질한다. 해보고 싶었던 벌통 페인트이다. 나는 벌통을 칠하면 청색과 흰색으로 하고 싶었다.

 

 

 

왜냐고?

벌들은 흰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을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고 벌통 색도 그렇게 칠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럴까? 과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벌들은 푸른색 쪽의 스펙트럼을 인식할 뿐, 사람 같이 다양한 색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흰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은 명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벌들이 제일 싫어하는 색이 검은 색인데, 곰 같은 천적의 색이요,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내가 벌통에 청색과 흰색을 칠하는 이유는 벌들이 인식하는 진짜 색이기도 하지만 정말 내가 사랑하는 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산토리니와 진주귀고리 소녀의 색

사랑하는 색은 비싸다. 4리터짜리 친환경 외부수성 페인트가 흰색은 17,000원인데 청색은 27,000원이었다. 청색의 안료는 원래 아프가니스탄에서 나는 청금석에서 나왔고, 조선시대에 청색의 안료인 회회청은 아랍에서 수입하는 금값의 귀한 물건이었다. 요즘 페인트의 청색이 회회청이 아닐진대 왜 이리 비싼걸까?

내가 청색과 흰색을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 때문이다. 그곳은 나의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다. 절제된 흰색과 청색 건물의 조화가 너무 멋져 보였다. 흰색은 백사장과 같고 청색은 지중해의 푸른색이다. 이 단순한 두 가지 색이 나를 매료시킨다.

 

 

 

 

네덜란드의 르네상스 화가 베르메르가 그린 ‘진주귀고리 소녀’에도 청색과 흰색이 등장한다. 머리 터번의 청색, 진주와 목 칼라의 흰색이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진주귀고리 소녀는 이미 제2의 모나리자로 불린다. 청백, 그 조화의 비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내년엔 나의 귀여운 꿀벌들이 내가 색칠한 벌통들을 공공 임대주택이 아니라 고급 아파트로 생각하고 금 같은 꿀을 많이 따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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