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유와 연백국화
오늘은 기록적인 11월의 폭우가 내렸다. 입동이 지나고 소설이 코앞인데 아직 따듯하다. 가을을 장식하던 꽃들은 거의 졌다. 올해 내가 주목하고 있는 가을꽃은 산국 외에도 꽃향유와 연백국화이다. 둘 다 늦가을에 꿀을 많이 분비하는 밀원식물이다. 꽃향유는 자줏빛이 강렬한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혈통에 걸맞게 벌들이 많이 꼬인다. 농장 인근의 야산을 탐색하다 겨우 한 무리를 찾았다.
연백국화는 가을 밀원으로 최고라는 말이 있어 검색해보니 가을에 흔한 귀화식물인 미국쑥부쟁이의 다른 이름이었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일대에 군락이 형성되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미군 주둔지가 그 근처에 있어 군수물자에 묻어서 들어왔을 수 있다. 꽃이 작고 많이 피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개망초 꽃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우리 농장에도 군데군데 피어 있고 별 가치가 없는 줄 알았는데, 밀원이 좋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초본류 중에서는 유채 다음으로 꿀이 많이 들어온단다. 이놈들을 잘 번식 시켜야겠다. 가을에 밀원이 풍부하면 꿀을 따지는 못하더라도 벌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고 먹이를 절약할 수 있다.
한 달 전만해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던 이들이 이제 갈색으로 고사하고 있지만 새 생명을 머금은 꽃씨를 엄청나게 달고 있다. 이들 마른 가지를 꺾어다 놓고 행복에 잠긴다. 어떻게 번식하면 좋을까.
작년 가을에 따온 메리골드 씨앗은 올봄에 여기저기 뿌렸으나 발아가 잘 안 되어 애를 태웠다. 그러나 결국 여름이 다되어 싹이 나고 가을에 꽃까지 피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