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로 가을을 봉인하다
산국은 국화 중 가장 작지만 그 향기와 맛이 강하고 약간의 독성이 있지만 약성 또한 좋다고 한다.
그래서 농장 한구석에 산국 꽃이 활짝 핀 김에 국화차를 만들기로 하였다. 따서, 씻고, 찌고, 덖고, 말리고, 거의 온종일 법석을 떨었더니 국화차 비슷한 것이 만들어졌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자료들을 참고하여 무려 여덟 번을 덖었지만 수분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다음날 아침 햇살에 조금 더 말렸다.
활짝 피었던 꽃들은 다시 봉오리 같은 알갱이로 줄어들었다. 한 양푼 그득하던 국화꽃이 머그컵 보다 조금 큰 유리병 하나에 쏙 들어 간다. 시험적으로 끓는 물을 찻잔에 따르고 알갱이 서너 개를 넣으니 꽃잎이 다시 펼쳐지고 국화꽃 향기가 은은하게 느껴진다. 아, 이 차에 가을의 한 조각이 봉인되었구나!
황진이는 동지섣달 긴 밤 한 허리를 잘라내어 춘풍 이불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는 밤에 굽이굽이 편다고 했다. 나는 이 가을의 한 조각을 국화차에 봉인하여 병속에 차곡차곡 넣었다가 기나긴 겨울 수많은 날 중 가끔은 뜨거운 찻잔에 국화꽃을 두둥실 다시 피워 가을 꿈에 젖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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