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와 공존ㆍ화해, 눈길까지는 참으로 힘든 여정
개망초와 공존ㆍ화해, 눈길까지는 참으로 힘든 여정
  • 김승윤
  • 승인 2020.06.28 11: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망초와 더불어 살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옥상에 한국최초 생태공원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회관에

한국최초 옥상생태공원조성

유기농 자격증 취득, 조경학박사 농부

김승윤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보

 

 

 

하지가 지나 유월도 끝나가는 이때, 농장은 향기도 없고 꿀도 없는 개망초꽃 세상이다.

 

하얀꽃이 멋들어진 개망초 세상
하얀꽃이 멋들어진 개망초 세상

 

벌들도 싫어한다는 너무 진한 밤꽃 향기, 금은화라는 인동초의 은꽃, 금꽃 향기가 다해가면서, 이제 개망초 꽃과 자귀나무, 금계국, 해바라기, 옥수수 꽃이 피고 있다.

 

옥수수 꽃

 

 

자귀나무 꽃
금은화

 

 

벌과는 담박한 관계?

개망초 꽃은 벌들에게 푹 빠질만한 매력이 없어 가끔 방문하는 담박한 관계이다.... 그러나 지천으로 피어 마치 안개꽃처럼 아른거리는 개망초꽃 무리는 벌들의 작은 마을과 평화롭게 어울린다.

 

벌들이 잠시 놀다 가는 개망초 꽃, 힘든 유혹의 순간

 

구한말 외세에 의해 철로가 놓일 적, 미국에서 들여온 철도 침목에 아메리카 원산인 망초 씨가 묻어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철길을 따라 이름 모를 흰 꽃들이 무수히 피어났을 때, 나라를 망하게 한 풀이라고 망국초 또는 망초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또 농부들이 밭을 일굴 때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오는 망할 놈의 풀이기에 그런 이름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귀화식물이지만 어느덧 우리네 삶에 깊숙이 들어와서 한줄기의 정서를 형성하고 있는 이 꽃의 꽃말은 농부들을 괴롭히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화해”라고 한다. 내가 산 밑의 묵정밭인 이 동산에서 서툴게 벌을 키우기 시작한 지 벌써 삼 년째 접어들었는데, 이제 이 개망초 무리들과 정말로 화해(?)하고 더불어 살기로 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그냥 내버려 둔다는 것이 아니다. 이 개망초는 빈 땅을 점령하는 데 명수이며 순식간에 커버려 웬만한 키 작은 식물들은 치여서 살 수 없게 만든다. 개망초와 더불어 산다는 것은 그들을 필요한 만큼 조절한다는 뜻이다.

 

때로는 통째 뽑기도

작년에 미래(?)를 내다보고 밀원식물인 자귀나무와 헛개나무 묘목을 심었는데 그대로 두면 이들마저 숨 막혀 죽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묘목 주위에 자란 놈들을 뽑아서 나무 밑에 깔아준다. 그리고 내가 심은 그 생명력 강한 돼지감자 군락도 망초가 들어가면 힘을 못 쓰니 보일 때마다 뽑아준다.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케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야관문(비수리) 군락도, 여지저기 소복히 형성되는 쑥 군락도 망초를 제거해 주어야만 그들의 공동체(Community)가 멋지게 만들어진다. 이렇게 수고로움이 있어야 공존이 가능해지니 농사란 결국 가꿈(Care)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우연히 얻은 중고 예초기를 매고 나가 망초밭을 순식간에 절단 내고서 기분이 좋았지만 다시 또 순식간에 올라오는 그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예초기를 쓰다가 애써 심은 묘목까지 다쳤으니 망초를 다스리는 법은 적당한 때와 장소에서 조금씩 뿌리째 뽑아주는 것이 제일이다.

 

예초기보다 나물로 먹어라

예초기는 망초꽃이 시들어 씨를 흩날리기 직전에 전체적으로 잘라줄 때는 매우 유용하다. 물론 그렇게 해도 다음해에 또 나올 것이지만, 작은 식물들에게도 숨통을 열어줄 수 있다. 새봄에 올라오는 망초의 어린 순은 나물로도 먹는다. 먹어서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아직도 망초들과 키 재기를 하고 있는 자귀나무와 헛개나무가 언제 자라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꽃을 피우고 나의 꿀벌들을 품어주려나.

개망초는 우리가 관심을 가질 때 그 존재를 드러낸다. 거기에서 공존과 화해가 시작된다.


안도현 시인은 말한다.


“개망초꽃은
사람들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참 수많은 눈길이 닿았다
참 수많은 눈길이 닿았다

 

 

Copyright ⓒ 글로벌환경신문 & Econew.co.kr 제휴안내구독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환경신문 2020-06-28 11:46:43
개망초꽃 차가 해독작용 좋대요.